오랜만에 넘어졌습니다. 실로 오랜만인데요. 말 그대로 꽈당하고 넘어진 건 정말 성인이 되고 난 후 한 손으로도 꼽을 만큼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냥 동네 마트에 장보러 나서는 길이었는데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발이 걸렸고, 다행히 슬라이딩없이 대자로 엎어졌습니다. 그와중에 손은 안 다치려고 땅을 짚지 않고 번쩍 들어서 아주 조금 까진 게 전부입니다. 무릎은 와장창 까졌지만은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넘어지고 나니까 도로상태는 왜 이리 엉망인지, 이렇게 보도블럭들이 제자리를 못찾아서야 사람들이 어떻게 똑바로 걸을 수 있겠는지 등 평소에 신경도 안 쓰던 것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사람은 남의 고통에는 무감하면서 자기 손가락에 가시가 박힌 건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저 역시 평소엔 누가 넘어지든 말든 도로 상태를 그저 미감과 환경미화의 영역으로만 보다가 제가 넘어지고나니 이제서야 안전의 영역에서 바라본 것처럼요.
이래서야 원, 조금 민망했습니다. 아마 이외에도 우리가 마주하는 무수한 일들이 아마 이런 영역에 있을 테죠. 아프기 전에는 병원 시스템에 대해 알 리가 없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육아와 교육에 깊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테고, 제게 닥치지 않은, 혹은 닥치지 않을 것이라 믿는 무수한 불행들에는 동정외에 다른 감정을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건이 터져야만 관심을 갖고 잠시 분노했다가, 그마저 제각각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야 말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사람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몸은 하나이고 시간은 한정적인데 어떻게 모든 것에 관심을 쏟고 실천을 하겠습니까. 다만 그러한 불행들이 내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오만이기에, 누군가의 불행을 마주할 때 적잖은 동정이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고 해결할 여지가 떠오른다면 아낌없이 실천하는 것이 좀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편이라고 믿습니다.
무릎 쫌 까진 걸로 시작한 글이 지나치게 장황해졌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보도블럭 파손은 안전신문고 앱이나 120 전화번호로 신고하면 처리해 준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같은 자리에서 또 넘어지는 사람은 없도록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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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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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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