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먼저 어제자 편지 마지막이 제대로 보내지지 않은 점 사과드립니다. 분명 저장이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안 됐더라고요... 다음부터는 더 꼼꼼하게 살피고 보내겠습니다!
오늘은 필승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전 한번 마음에 든 옷은 진짜*100 오랫동안 아껴 입습니다. 아무리 낡고 때타고 심지어 해지더라도 못버리고, 정말 남들이 버려라고 하기 전까지는 갖고 살아요. 혼자 주말에 카페에 공부하러 갈 때라도 입죠.
물론 그런 옷이 많지는 않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기억 나는 건 평생 한 대여섯 벌 있었는 것 같습니다. 그중 지금도 살아 있는 건 세 벌 정도네요.
그런 옷들의 공통점은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 입는, 이른바 집중복입니다. 특히 시험을 보는 등 중요할 때는 그런 필승복을 입어야 집중도 잘 되고 기분도 좋더라고요. 오래 입어서 그런지 몸에도 제일 편하고, 그냥 심리적 안정이 찾아옵니다.
이건 저만의 이상한 습성일 수도 있지만 그런 옷은 이상하게 낡으면 낡을수록 더 애착이 생깁니다. 함께 한 전우같은 느낌도 들고요. 다만 그런 건 있습니다. 분명 그 셔츠도, 후드티도 처음 입을 때는 치마나 청바지랑 입었는데 어느 순간 추리닝이랑만 입게 되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께 풍화되는 느낌이 좋은 건데, 남들한테 들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자칫 안쓰러운 시선을 살 수가 있거든요.
가장 좋아하던 빨간색 체크 남방은 결국 버렸습니다. 보풀이 너무 일어나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했는데 같이 입고 찍은 사진이 많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일상복이라서 그랬겠죠.
남은 아이들은 관리를 열심히 해서 더 오래오래 입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예쁜 새 옷을 장만해도, 평생동안 입을 옷 딱 세 벌을 고르라고 하면 저의 전우복을 택하겠습니다. 쓸데없는 의리를 지키는 걸까요?
구독자님도 구독자님만의 필승복이 있으시다면 오래오래 함께 하도록 소중히 아껴주시길 바랍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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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사랑하는 옷, 얼핏 잘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진심인 옷들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런 옷들은 대개 고가도 아니었고, 입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옷이었죠. 출근복으로 입었는데 일할 때 입기에도 너무 너무 편했습니다. 저 역시 기억에 남는 체크 남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때 쯤엔 남방은 액자에 넣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해보려는 궁리도 했었습니다. 그 후엔 해당 브랜드 아울렛에 연락을 해서 같은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력도 했지만 워낙 시간이 지난 제품이라 소용없었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ㅎ 어딘가에 그 옷을 입고 찍은 사진 몇 장은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조잘조잘 (316)
이상하게도, 별 다른 이유 없이도 입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옷들이 있습니다. 액자에 넣어서 인테리어 소품이라니 ㅎㅎㅎ 얼만큼 사랑하시는 옷이었는지 물씬 느껴집니다. 저 역시 똑같은 옷을 미리 사둘걸, 하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대개 그 옷에 애정을 가질 때쯤엔 이미 단종된 이후라서 여러 벌 사지 못한 게 못내 아쉽곤 하지요.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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