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난 후 떠오르는 공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착’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되더라고요.
저는 새로운 곳을 좋아하기에 갔던 곳을 재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회사 근처의 카페들은 반강제적으로😅 단골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사실 학교 근방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나름의 애착 공간이 있었습니다. 학교 내에서는 인문관 옥상의 공원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3학년 때 복수전공을 하면서 인문관에 자주 갔는데요, 복전에는 친구가 없는 관계로 수업을 거의 혼자 들었습니다.
그때, 공강 시간에 옥상 공원에 가서 혼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하더라고요. 담배 피는 사람들 몇몇만 올라오는 곳이었는데 멀리 떨어져서 혼자 앉아서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도 했습니다. 중얼대면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데 혼잣말하면서 공부하기 딱이더군요.
학교 근방에는 고양이가 있는 맥주집을 제일 자주 갔습니다. 사장님과도 친해져서 가면 곧잘 아는 척해주셨는데 그래서 친구들을 처음 데려가면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고요. 딱 하나 단점은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에 가면 진짜 쪄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항상 동네에 단골 카페나 술집을 만드는 것이 로망이었는데 말처럼 쉽지 않네요. 얼마전에 동네 골목골목 러닝을 하다가 예쁜 카페를 봤습니다. 이 동네에 이런 카페가? 싶을 정도로 눈에 확 들어와서 다음 주말에 혼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주말에는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에 갔습니다. 어쩐지 20분 정도 걸어서 가려니 귀찮기도 하고 괜히 후줄근하게 가기 꺼려진다는 이유에서였죠.
다음에는 이런 핑계들을 이겨내고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산지도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동네에 애착 공간이 생기면 정이 더 붙지 않을까 싶네요.
구독자님도 좋아하시는 공간이 있다면 언제 한 번 소개해 주세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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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서울살이 1년인데 이 동네 애착공간이 없구만요~~ 집앞편의점, 맨날 서있는 지하철 플랫폼, 수혈하는 메가커피... 가는 곳은 많은데 애착의 기준이 높은 걸까요??
조잘조잘 (317)
공감합니다. 사실 따지자면 저도 집앞이나 회사 근처에 오가는 가게들은 많은데 '애착'이라고 말하긴 어렵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애착의 기준은 이 동네에 이게 있기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그 가게 때문에 그 동네에 갈 수 있는지의 여부인 것 같아요. 저한테 있어서는요 ^__^ 마치 성북동 파도의숲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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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애착공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저는 얼마 전 까지 <주말 사무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대학 캠퍼스에 사무실이 있고, 집에서 10분 거리, 사무실에 없는게 없으니... 눕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주말에는 <놀이공원>같은 곳이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 부터 <대학 캠퍼스>에 애착이 있었습니다. 학부 때 2년 이상 교수님 연구실에서 숙식을 했었습니다. 그런 제게 친구는 "학교를 그렇게 좋아하니 넌 교수가 되어야겠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교수는 아니지만 교직원으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제 나름대론 꽤나 성공한 삶을... 애착공간이 매일 출근하는 공간이니 말입니다. ^^ 최근엔 사무실이 더 이상 애착공간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무실 만큼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억지스럽지만 자주 가는 식당이 있는데, 그 공간에 대한 약간의 애착이 있습니다. 고기를 파는 식당 치고는 마치 친척집에 간 것 처럼 작고 편안한 공간입니다. 이제는 익숙한 공간, 소문난 미슐랭 맛집이 아니라 동네 식당, 작아서 사장님, 종업원의 시야에 늘 제가 들어가 있는 공간입니다. ---- 애착공간을 생각하다 보니 김정운 교수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슈필라움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굳이 링크를 걸어두진 않겠습니다. (괜히 광고같을까봐;;) 꽤나 공감했던 이야기고, 여전히 저만의 슈필라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조잘조잘 (317)
와, 교수님 연구실에서 2년 이상 숙식이라니! 글을 읽어도 잘 상상이 안 가는 모습이네요 ㅎㅎ 사실 캠퍼스의 소중함을 학교 다닐 때는 모르고, 지나고나서야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다니실 때부터 애착을 가지셨다니!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셨을 것 같아요. 사무실이 애착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저도 일찍 출근해서 혼자 있다 보면 오직 나만 있는 공간이니 편하고 좋더라고요 ㅎㅎ 이제는 아니라니 아쉽군요.. 나중에 자꾸 생각나는 곳은 소문난 맛집보다도 그렇게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들이더라고요. 나무야님의 슈필라움을 만드는 날이 머지 않아 오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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