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괜히 처지는 기분이 들고 어디 돌아다니기도 영 불편해서요.
비 오는 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도 빗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있습니다. 저는 빗소리도 딱히 즐기진 않습니다. 비 내리는 창을 바라보는 것보다 햇살이 들어오는 게 훨씬 좋아서요.
그런 저라도 비에 얽힌 좋은 추억 몇 가지는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어릴 때, 아빠 차에 타서 차창에 쏟아지는 비를 보던 것입니다. 하릴없이 창밖을 계속 보다보면 대각선으로 착 내려앉는 물줄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릴 때는 일자로 내리는 것 같은데 왜 대각선으로 쏟아질까, 궁금했었죠. 특히 각기 맺힌 물방울들이 하나 둘 합쳐져서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신기해서 좋아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혼자 맺혀있던 애들도 다른 친구를 금방 찾아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아쉽기도 했고요.
이번 주말, 비에 얽힌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저녁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그보다는 일찍 귀가하겠지 싶어 우산 없이 친구를 만났습니다. 초록동색인지라 친구도 우산 없이 나왔고요.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려다가 카페부터 가자 싶어서 루프탑 카페로 들어섰습니다. 옥상에 한 파라솔 밑에 자리 잡고 커피를 마시는데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쏟아졌습니다.
다른 손님들은 모두 내려가는데 저희는 우산도 없고😏 파라솔 밑이니 혹시 머물러도 되냐고 사장님께 여쭸죠. 사장님이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지만 다른 자리에는 모두 방수천을 씌우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는데 마냥 앉아있기가 민망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앉아있는데 정말 그 넓은 공간에 둘만 있고, 옆 건물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아스팔트 틈에서 핀 꽃처럼 아포칼립스같은 상황 속에서 깔깔웃는 저희 모습이 재밌기도 했고요. 한참 뒤에는 사장님이 올라오셔서 저희 어깨에 담요도 덮어주고 가시더군요🤗 감동 받아서 다음에 근처 올 일이 있으면 또 오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우산이 없어서 집 가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그 몇시간 동안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잠깐 비가 그치자 빨리 짐을 챙겨 각자 집으로 가긴 했지만요. 운 좋게 한 두 시간정도 비가 그쳐서 정말 다행이었죠.
비에 대한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구독자님도 언젠가 비 오는 날, 야외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걸 추천드려요. 나름의 운치가 쏠쏠합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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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잠시 불편함을 내려놓으면 좋은 것 <비>, 비는 저의 여러 취미 생활(야외, 테니스, 바이크, 캠핑 등)을 방해하는 존재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비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비가 좋았던 것은 비를 좋아하지 않는, 불편한 이유를 모두 내려놓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운동장에서 축구하기와 같이 말입니다. 이왕이면 여럿이 함께 즐기면 보통의 날 보다 더 즐거운 날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어제 바이크를 타고 투어를 하다가 비를 만났습니다. "아~" 피할 수 없어서 즐겼는데, 오늘 바이크 세차하러 갑니다. ㅎㅎㅎ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함께하는 월요일되세요! :-)
조잘조잘 (317)
그럼에도 비가 좋았던 것은 비를 좋아하지 않는 불편한 이유를 모두 내려놓는 것. 참 공감가는 문장입니다! 싫어하는 이유를 하나 둘 더 생각하기보다는 그럼에도 괜찮은 이유들을 생각하다보면 썩 괜찮은 것이 되는 것이 많습니다. 기대하지 않은 것들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오늘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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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
진짜 은근 운치 있고 넘 좋아따><
조잘조잘 (317)
날 좋을 때도 또 가보고 싶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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