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일기를 열심히 썼지만 정작 다시 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때 만나던 친구들도 아직 만나고 있고, 그때 다니던 회사를 지금도 다니고 있어서 감흥이 덜한 것도 같습니다. 언젠가 흐릿해질 때에 다시 보면 새삼스럽겠지만요.
네이버 블로그는 N년 전 오늘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오늘 문득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1년 전, 2년 전, 6년 전 제가 쓴 글을 보았습니다. 내용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때그때의 관심사를 대략적으로 알 수는 있었습니다. 제가 벤자민 버튼도 아니고 어째 시간이 갈수록 철없어지는 스스로를 발견했는데요. 그 흔적을 구독자님께도 간략히 공유드려요.
"못 할 말 할 말 다 하려고 블로그를 만들었지만 점점 검열이 늘어나면서 또다시 블로그가 전시용이 되어가는 것도 같다."
사실 속얘기를 온전히 하려면 애초에 SNS를 이용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사람은 혼자만 간직하는 일기장에도 완벽한 진심은 쓰지 않는다고 해요.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걸 은연 중에 알아서일까요. 혹은 n년 후 다시 이 일기장을 볼 미래의 나를 의식해서 일까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사람이니...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시 보니 25살답게 슬픔 속에서도 통통 잘 헤쳐가고 있네요 ^^*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 바 없는 문체와 생각들이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요즘은 스스로에 대해 예전만큼 치열하게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다시 못할 만큼 맹렬히 고민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의 사고가 지금의 저를 지탱해주고 있으니까요. 그 덕분에 요즘 안온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안주하고 머무르면 안 되겠죠. 또 6년 뒤의 나를 지탱해주는 건, 지금의 제가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들일테니까요.
10년 뒤에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또 다른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이제 조잘조잘을 시작한 1주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1년동안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출발한 글이 어찌저찌 잘 이어오고 있네요.
전 제가 보낸 편지를 웬만해선 다시 곱씹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을 채우고 나면 그간 보낸 글들을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1년 동안 저는 얼마나 달라졌고, 또 여전할까 궁금하네요.
구독자님, 벌써 수요일입니다! 이번 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네요. 오늘 하루도 안온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