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기를 오랜만에 탔습니다. 아스라한 불빛 너머너머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쓸쓸해졌습니다.
구독자님을 아경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야경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도시 여행도 크게 좋아하지 않아요. 공간을 꽉 채우는 빛과 소음에 둘러 싸여 있을 때는 괜스레 더 외로워지곤 합니다. 섞이지 못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마음 한편으로는 내내 자연을 동경하고 있어서 도심에 여전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같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 웃기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기억 파편 중 하나는 5년 전 몽골에서 한없이 호수를 보고 있던 때입니다.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동물도 없는 곳에서 잔잔한 호수를 하염없이 봤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 시퍼런 물결만 기억에 남네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풍경은 여전히 마음에 위안을 가져다 줍니다. 그때는 사진도 찍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기억 속에만 남았는데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끔 궁금해집니다. 지금 보내는 시간 중에서도 언젠가 갑자기 살아날 기억이 있겠죠. 아마 예상 못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퇴근 길 문득 올려 본 회사 건물일 수도 있고, 역 앞에서 저를 기다려주던 누군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커피 한 잔 들고 회사 근처를 뱅뱅 돌던 날일 수도 있겠죠. 무엇이든 간에, 지금의 순간이 또 언젠가 떠오르는 기억일 수도 있기에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가 아닙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 또 만들어 가고 싶은 대로 적절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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