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만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오늘 조잘조잘은 객원 필자가 보내는 편지입니다.

2023.12.08 | 조회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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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객원 필자 "율"입니다.

사실 조잘조잘에 글을 한 편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지는 꽤 지났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꽤 늦게 글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른바 "콘텐츠가 넘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제가 정반대의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넌 좋아하는 게 뭐니?"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항상 "잘 모르겠어요." "장래 희망은 없어요."라는 대답을 하곤 했거든요.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장래희망이 없는 게 그렇게까지 특이하지는 않은 경우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장래희망이 없는 사람은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저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도, "공부"라는 미적지근한 답 밖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와 조잘조잘님의 인연을 만들어준 교지 편집 위원회에서도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정말 좋고, 나와 편집위원들의 글을 읽으며 다듬어가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정작 제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누군가 정답을 정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도 내심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저는 기획 회의까지 며칠간을 고민에 빠져서는 겨우 주제 하나를 가져가곤 했습니다. 다른 편집위원들은 쓰고 싶은 글의 주제가 넘치던데, 유독 저만 그렇지 않은 모습에 이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렇게나 무미건조한 나에게 글쓰기처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은 맞지 않는 걸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저는 놀랍게도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주 거창하게 말해보자면, 세상에 없던 기능을 설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죠. 처음엔 이게 무슨 청천벽력인가 싶었습니다. 분명 마케팅 직무로 입사를 했고, 당연히 마케팅 팀에서 일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기획이라니? 알고 보니 기획 직무만을 뽑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으며, (제 경험과 주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영업이 아닌 다른 문과 직무에서 기획 등의 부서로 사람을 보내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얼떨결에 그 무엇보다 창의성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직무를 맡아버린 저는 "누군가가 좋아할 기능"에 대해 어떻게 연구를 해야 할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빅데이터였습니다. 회사 내에서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이것저것 찾아보며, 제가 담당자가 된 기능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용자들이 기능을 사용할 때 어떤 시나리오로 사용하는지, 그게 애초의 기획 의도와 맞아 들어가는지 등을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던 시간들과 저의 얕은 식견이 합쳐져 내린 결론은, 아주 특별하게 기능을 경험하고 있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럴 것이다"라는 예측에서 거의 빗나간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용자를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굴하고 이전과는 다른 경험으로 이끄는 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더 커져갔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했고, 새로운 관심사를 기능에 녹여낼 줄 알아야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당연하게도 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와 가장 가까운 가치판단을 내리는 존재임과 동시에, 무엇을 새로운 경험으로 제공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 중 하나인 기획 담당자이니까요. 결국 이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는, 우선 제가 뭘 좋다고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먹고살 길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나만의 콘텐츠 찾기"는 아직 진행중입니다. 요즘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슨 서비스를 원하고 있는지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놓치지 않고 메모하며 지냅니다. 휴대폰의 메모 어플은 체계와 관리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지만, 그만큼 흘려보낼 뻔했던 많은 생각들을 붙잡았기에 마음은 든든합니다.

제가 가는 방향이 기획자로서 옳은 방향인지 아직 확신은 없습니다. 저는 겨우 2년 차 사원이기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앞으로 배울 것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나만의 콘텐츠 찾기"가 저의 개인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여가 시간을 채우기조차 막막해했던 제가, 이렇게 조잘조잘에 저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저와는 다른 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구독자님만의 콘텐츠는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나요? 저에게도 살며시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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