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거즌 12년 만에 보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중학교 친구인데요. 저와 같은 대학원과 단과대를 이미 졸업해서 해당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비록 저는 문과고 친구는 이과라서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같은 단과대라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반갑던지요.
확실히 어린 시절 친구는 다른 것 같은 게 12년 동안 전혀 연락도 하지 않던 친구였는데 하나도 안 어색하고, 마치 엊그제 급식실 가던 길에 마주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학교 생활에 관해 궁금한 것을 잔뜩 물어봤습니다. 해봤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학교가 넓은데 다닐 때 걸어다니냐, 킥보드라도 타야 되냐, 공부하고 밤 늦게 기숙사 가는 길이 무섭지는 않냐, 하루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여야 하냐 등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가득 채워 물어봤고, 친구도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꼼꼼히 답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마음 속 불안함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는데요.
말을 하다 보니 제 마음 속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던 불안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정말 병행할 수 있을지, 였는데요. 겉으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학업과 직장 병행을 끝까지 하는 게 멋이라고 말하고서는 걱정이 컸나 봅니다. 도돌이표처럼 같은 말을 몇날며칠이고 반복하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스스로 주문을 걸듯이 되뇌이는지도 모르겠네요.
입학 전까지 회사 적응도 다 될지 모르겠는데 학교 수업을 듣고 논문을 쓸 생각을 하니 겁이 나기는 하나봅니다. 분명 신나는 마음도 크거든요? 안그래도 새로운 걸 좋아하는 저인데 새로운 것+새로운 것+새로운 것이라니. 이만한 도파민이 제 생에 또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못하고 싶지 않고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스스로 목을 죄는 것 같습니다. 좀 못하면 어떻다고 그걸 다 잘하려고 바득바득 애쓴다니 거참.
이제 곧 개강하면 지금만큼 애살 있게 못할 게 뻔할 뻔자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 있을 때, 잘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스스로를 빡세게 굴려버린 제 잘못도 있습니다. 조금씩 힘을 빼야 하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걸까요.. : )
아무튼 다음주부터 바쁘게 굴러가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사이클이 시작하는데요.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조금 힘을 빼고, 강약 조절을 해가면서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졸업할 때까지 회사를 쭉 다니는 건 장기전이니까, 지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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