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을 도와준 적 있나요?

2022.06.22 | 조회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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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이 최근 모르는 사람에게 베푼 온정은 무엇인가요? 저는 며칠전 길에서 지나가는 어르신께 길을 알려드렸습니다. 이젠 제법 지도를 보지 않고도 어디가 어디라고 서울 지리를 말하기도 합니다.

문득 이 얘기를 꺼낸 건 얼마 전 친구와 배드민턴을 치다가 생긴 일때문입니다. 근처 사는 친구와 함께 가끔 배드민턴을 치곤 합니다. 나름 제대로 해보자고 둘이 똑같은 배드민턴화도 사고, 채도 사고, 셔틀콕도 샀죠.

하루는 집 가까운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쳤는데 치면서도 불안불안했습니다. 공이 너무 높게 뜨고, 저희 머리 위에는 큰 나무가 있었죠. 농담삼아 '나무에 걸리는 거 아냐?' 했는데 아뿔싸. 진짜 걸린 겁니다.

셔틀콕 하나가 걸려서 그걸 꺼내보려고 처음엔 갖고 있던 생수병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생수병이 덤불 사이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졌죠..!

다음으론 배드민턴 채를 던져서 셔틀콕을 꺼내려 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진심이었냐면 셔틀콕이 그거 하나뿐이었거든요... 문제는 배드민턴 채도 나무에 걸린 것입니다😳

나무에 걸린 배드민턴 채, 셔틀콕...<br>
나무에 걸린 배드민턴 채, 셔틀콕...

나무도 흔들어 봤지만 그 큰 나무를 흔들어 봤자 전혀 흔들리지 않았죠. 뿌리깊은 나무더군요. 그래서 발만 동동거리던 때, 지나가시던 아저씨께서 다가오셨습니다. 정장 차림이셨는데 저희가 나무 위를 보면서 계속 서있자 궁금하셨는지 오셔서 '뭐가 걸린 것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셔틀 콕도.. 배드민턴 채도.. 걸렸다고 말씀드렸죠. 심지어 생수병은 덤불로 빠졌다고요.

그 분께선 핸드폰으로 손전등을 키셔서 덤불 속에 있는 생수병을 찾아주셨습니다. 생수병을 꺼내신 후 나무 위에 있는 배드민턴 채를 맞추셨고 몇번의 아쉬움 끝에, 결국 채와 셔틀콕을 꺼내주셨습니다! 뛸듯이 기쁜 것도 잠시 그 분께선 정말 '꺼내' 주신 후 쿨하게 뒤돌아가시더라고요.

사실 퇴근 길 정장을 입고 그렇게 쪼그려 앉아 같이 덤불을 헤집어 주고, 나무에 걸린 채를 꺼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쉽다 하더라도 사실 '굳이' 싶어서 지나가기도 태반이겠죠. 저 역시도 만약 누군가 그렇게 채를 꺼내려고 안달난 모습을 보아도 그냥 지나쳤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요.

그런데 그 분이 베푼 따뜻한 마음에 저희의 저녁 시간은 계획한 대로 흘러갔고, 예상치 못한 온정 덕에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까지 더하게 됐죠. 또 저 역시 누군가 곤경에 처해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기꺼이 나서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너무 오랜만에 낯선 이에게 받은 다정함이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처음 보는 이들에 대한 감정은 경계가 기본값이었는데 어째 그 예민함이 조금은 사그라들었습니다.

돕고 사는 세상, 그거 되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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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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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마

    0
    almost 2 years 전

    아직 살 만한 세상이야🥲 다음 배드민턴은 언제 칠 수 있을지..!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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