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스스로 느끼기에도 제가 생기부 주제로 글을 쓰면서 굉장히 신이 나있네요. 오직 라떼 이야기로만 페이지를 줄곧 채우니 즐거울 수밖에요... 오늘도 별 얘기 없이 제 얘기만 가득할 예정이니 혹시 불필요하시다면 내일 다른 이야기로 즐겁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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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 문구 하나 때문에 고등학교 생기부를 따로 쓰게 됐습니다. 진짜... 보자마자 너무 황당해서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생기부에 들어가도 되나요?!?!?
저게 어떤 수행평가였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고, 제가 당시 저런 주제로 스피치를 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고등학생 때, 인피니트 성규를 정말 엄청나게 좋아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지만 수업시간에 발표까지 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그리고 궁금해 집니다, 대체 좋아하는 이유로 무엇을 발표했을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저 당시 저희 반 분위기가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영어로 발표하는 분위기였기를 기도합니다...
아무튼 제가 그때 성규를 좋아했다는 건 어떻게 부인할 수도 없이 영원히 남을 예정이네요... 혹시 구독자님의 생기부에도 이런 내용이 적혀 있으신가요..?
이건 자랑하려고 넣어봤습니다. 고3 때 선생님께서 굉장히 무뚝뚝하셨는데 종합 내용을 엄청 길고, 자세히 적어주셨더라고요. 제가 당시 대학교 합격하고 복합문화센터 한 가운데서 오열하면서 선생님께 전화 걸어 합격 소식을 전했는데, 그때 처음 들어본 선생님의 그렇게 밝고 들뜬 목소리는 아마 영영 안 잊혀질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창설했던 동아리를 지금 담당하고 계시던데 올해가 가기전에 한번 연락드려 봐야겠네요👀
그리고 아래 사진 4개는 정말... 정말 한결같은 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장들입니다.
정말 매학년마다 '질문'에 관한 것은 빠지지 않더라고요. 특히 젤 처음 한문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의심나는 것을 잘 질문하고"라는 말에 빵 터졌습니다. 의문점이나 궁금한 점 등으로 표현한 것은 봤어도 '의심'이라는 표현을 본 적은 처음입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때 제가 어지간히도 선생님들을 귀찮게 했나 하는 생각을 해 보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질문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매사에 궁금하면 다 물어보는 성격을 보아하니 사람은 참 안 변한다 싶습니다.
요건 고2때였는데 이것도 자랑하려고 올렸습니다. 지적인 두뇌와 예리하고도 감성적인 문학적 성향;; 파고드는 능력이 엄청나 보이며;;
이 시기의 조잘은 죽은 걸까요? 분명히 살아있겠죠... 나태하고 게으른 하루를 보내던 요즈음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 주는 좋은 동력입니다.
여기서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냉철하게 파악한다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이 얘기는 신기하게도 요즘도 자주 듣는 말인데요.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각기 다른 관계에서 만난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제게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단점은 남도 냉철하게 바라봐서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무수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람을 좋게 좋게 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이제는 오히려, 처음부터 사람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네요. 중간이 없습니다, 거참.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진로 희망사항은 화려하게 언론인으로 마무리 했네요. 새삼 정말 정말 기자가 되고 싶어 했구나, 생각합니다. 막상 기자가 된 지금은 또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걸 보며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지드래곤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특기 또는 흥미에 시쓰기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시 쓰는 걸 정말 좋아하긴 했습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제가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쓰던 시집이 본가에 있는데 이번 추석에 내려가면 그 시집 사진을 좀 찍어 와야겠습니다. 작가의 꿈을 꾸던 유년 시절의 제가 썼던 글을 보면 또 색다를 것 같네요.
고 3 때 뜬금없이 등산을 흥미로 적은 것도 재미나네요. 그런데 저때 진짜 등산을 좋아하긴 했어서 주말에 종종 가기도 했고, 매년 1월 1일엔 해돋이 보러 동네 뒷산 오르곤 했습니다. 대구는 분지라서 정말 집에서 넘어지면 코닿을 곳에 늘 산이 있었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길고 긴 생기부 여행이 끝이 났습니다. 이번 기회에 구독자님도 구독자님의 생기부를 한번 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마주하면서 지금도 남아 있는 그 모습과, 또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때를 비교해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누군가 1년간 나를 관찰하고 기록을 남겨주지 않습니다. 인사평가는 논외로 하고요. 그렇기에 스스로라도 저를 기억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기록해야겠습니다. 편지를 더더욱이 열심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언젠가 돌아볼 오늘도 기분 좋게 기억될 수 있도록 오늘도 잘 살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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