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누군가 행복의 요건을 묻는다면 저는 돗자리라고 답하겠습니다.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지후선배는 못돼도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울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노상을 좋아합니다. 야외에서 눕는 걸 진짜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요즘도 가끔 학교 벤치에 눕곤 합니다. 남 시선은 또 신경 써서 대낮엔 잘 못그러고 해진 후에 인적 드문 곳에서 종종 누워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엔 시도때도 없이 한강으로 가서 앉아있든 누워있든 했는데 말입죠. 내후년 이 계절에는 꼭 웬종일 누워있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좋은 날씨도 이제 끝이 납니다. 이번주부터는 한결 추워진다고 하네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용, 구독자님. 저는 이제 이번 학기 시험은 다 끝났는데 개인 발표가 두 개, 팀 발표가 하나 남았습니다. 제가 발표를 진짜 싫어하거든요. 학부 때도 발표 수업에서 도망다녔는데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시련을 마주하다니... 발표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남에게 설명하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한데 이걸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 해야 한다니. 치부가 까발려지는 것 같아 무섭나봅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여기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공부해야 하는데 그것도 싫으니까 아마 발표가 싫은 거겠죠. 그래서 싫어했는데 요즘엔 생각을 좀 고쳐 먹었습니다. 완벽하게 잘 알면 이걸 왜 하고 있겠습니까. 부족하니까 채우려고 하는 거죠. 인생에서 남한테 가감없이 지적받고 고쳐나갈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귀합니다. 물론 괴롭지만요. 그 시간이 없으면 영원히 부족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 시간 덕분에 마음은 괴로워도 남은 시간은 덜 부족하게 살 수 있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괴로움을 이겨내려 합니다.
하지만 발표하기 싫네요^.^ 이번주는 시련과 극복의 주로 명명하고 잘 보내보겠습니다. 마침 시린 바람도 불어오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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