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가면 살아온 흔적이 얼굴로 나타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단지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안 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어떻게 써왔는지가 드러난다고 하죠.
아직 100% 이해하지는 못한 문장이지만 어렴풋이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마음을 곱게 못쓰면 인상을 자꾸 찌푸리게 되고, 타인을 보는 눈빛이 매서워집니다. 카리스마로 퉁치기에는 남을 미워하고 괴롭게 만드는 이의 못난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긴다는 것이죠.
저도 요즘 제 얼굴이 20대 초반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하게 회사에서 거울을 보면 마스크 위로 눈이 되게 슬퍼보이더라고요. 예전엔 일을 할 때에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었는데 요즘엔 그러지도 않고요. 적응했다기엔 서글픈 일입니다. 짐작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과도하게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쩐지 항상 목 부근이 뻐근하거든요.
그런데 또 얼마전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영 다르더라고요. 사진에서 '푸하하' 소리가 들릴 정도로 웃는 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직장인 자아를 갖고 살면서 26세 청년의 자아는 죽이고 있는데 그게 참 아까워서요. 물론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전처럼 돌아가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할 때면 불퉁한 마음이 솟구치더라고요. 정처 없는 원망과 분노를 쏟아낸다거나 삶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이어질 때면요.
불퉁하게 나이 들어봤자 책임져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뒤늦게 남의 탓으로 돌려봤자 세월이 만들어낸 모습을 돌이킬 방법도 없죠. 다행히 아직 인상을 찌푸리는 일은 없고 매사에 무표정으로 무심하게 구는 정도지만 좀더 웃고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습관적으로 입꼬리도 좀 올리고 눈에 힘은 주고, 어깨 힘은 풀어가면서요.
행복한 할머니가 되는 게 제 수많은 소망 중 하나인데 그러려면 심성을 못되게 써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퐁신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 퐁신한 젊은이부터 되어야겠습니다. 구독자님도 오늘 하루도 퐁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퐁신하다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말입니다. 어떤 뜻인지는 구독자님의 해석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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