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여행기를 들여다 보는 이유

구독자님은 타인의 여행 기록을 즐겨 보시나요?

저는 남의 여행기를 딱히 본 적이 없습니다. 걸리버 여행기 말고요 ^_^ 농담입니다.

여행 가기 전에 정보를 찾기 위해선 종종 봤지만 그 자체를 콘텐츠로 즐기지는 않았죠. 유명한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서 가끔 여행 영상을 봤고 재밌다는 이야기를 할 때에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죠.

그러다가 최근 여행 관련 정보를 찾느라 유튜브에 검색하다가 빠니보틀의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노홍철님과 함께 여행을 떠난 편이었는데요.

처음으로 '왜' 여행 영상을 보는지 절절하게 느꼈습니다. 단지 여행지의 풍경을 보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감상을 얻는 것 외에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한 발 더 알 수 있더라고요.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며 스스로 행운아라고 말하는 무한긍정은 물론이고, 종착지를 정하지 않고 마구 떠난 후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대하는 태도.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그 순간을 영위하는 모습.

저와는 다른 여행 방식에서 배우는 점도 많았습니다. 전 이왕 가는 김에 +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최선을 누리려고 애썼는데요. 가고 싶었던 곳, 보고 싶었던 것, 먹고 싶은 것을 모두 접하고 오려고 했죠.

그런데 꼭 그러지 않고도, 낯선 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그저 충만하게 보내는 법을 보고 나니 색다른 깨달음이 있더라고요. 그런 생각 너머로 만일 내게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또는 다시 이런 여행을 올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다면, 이란 못난 마음이 비집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남은 nn년을 직장에 다닌다고 생각하면 짬내서 여행을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다녀올 여행은, 나도 이렇게 꼭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최상의 것을 누리지는 못해도 그 순간순간 마음닿는 대로 충분히 만끽하고 오는 여행이요. 같은 맥락에서 그런 방식을 좀더 배우기 위해 여행기도 종종 보려고 해요.

혹시 구독자님도 보신 적이 없다면 빠니보틀의 베트남편과 발트해편 정말 추천드립니다. 사실 전 아직 이 두 개 말고는 본 게 없어서 차츰 더 볼 예정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