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으시나요?
저는 믿지 않습니다. 믿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확실한 죽음 이후의 삶때문에 전전긍긍하며 현실을 살고 싶지도 않고, 삶의 기쁨과 고통 모두 끝이 있길 바라기 때문이죠.
영원이란 단어는 참 무섭습니다. 사실 전 끝이 정해져 있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끝없이 펼쳐진 선 위를 걸어가는 것보다는 언제 끝이 날지를 알고 걸어가는 것이 수십배는 더 좋습니다. 최소한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잖아요.
끝이 나지 않는 길을 걸어갈 때면 무한정 이어진다는 즐거움보다는 지금 내딛는 걸음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앞섭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사들의 제국>을 읽고 섬뜩했습니다. 다양한 철학적 요소를 넣어 그려낸 사후세계와 환생이라는 설정이 현실감있게 보여서 실제로 그렇다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그 걱정 뒤에는 죽은 뒤 제 삶에 대해 후한 점수를 받은 만큼 착하게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도 깔려 있었습니다. 많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사후 평점 체계는 상쇄되는 시스템이 아니었거든요. 저지른 잘못은 그대로 있되 좋은 일을 한 것은 별개로 매겨지길래 아, 참 착하게 살기 어렵다 싶었습니다.
또 행동으로 옮긴 것외에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한 것도 '나쁜 짓'에 포함이라면 더더욱 자신이 없었고요.
이와는 별개로 다시 태어난다면 높은 산 위의 바위로 태어나고 싶네요. 그러다가 수없이 부서지고 굴러져 바다로 흘러온 모래알이 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다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여하튼 모든 것에 정해진 끝을 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만약 누군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찾아온다면 첫 번째 소원으로 그렇게 말을 해야겠네요.
아, 그런데 또 미리 모든 끝을 안다면 오히려 그 순간순간에 소홀해질까요. 어차피 끝이 날 것이니 소중하게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요. 아니면 끝을 알기에 더 그 시간을 아낄까요. 그것도 궁금해집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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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사후세계, 오래 전에 저도 한 번쯤 고민해본 주제이긴 한데 지금은 사후 보다 먼저 올 <죽음>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고 할까요. 일단 이것 부터 해결하고...사후는 그 다음에~ 오래 전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가정을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가정을 잘 하지 않게 됩니다. 저도 예전엔 <나무>로 태어나겠다며...ㅎㅎㅎ
조잘조잘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전 예전엔 제 끝을 알 수 있는 죽음을 맞고 싶었어요. 기왕이면 사망 날짜와 시간까지 제가 직접 정할 수 있는..? ㅎㅎ 그래야 미리 보고 싶었던 사람도 만나고, 나누고 싶은 것도 나눌 수 있겠다 싶어서요. 요즘엔 그냥 정말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끝을 알기에 더 특별한 날을 보내기보다는, 끝을 모르기에 매일을 더 충실히 살아가고픈 마음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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