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주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번 주말에는 또 부모님의 첫 만남 기념일이 있었습니다. 결혼기념일 말고 첫 소개팅 데이를 기념하고 계시거든요. 저는 종종 부모님을 놀리려고, 두 분이 뭐 하신다고 하면 노부부가 알콩달콩하게 잘 산다거나 재미있게 산다는 등의 말을 하곤 합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그런 말을 하는데 속으론 퍽 부러웠습니다. 물론 부모님도 보통의 커플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툴 때도 있고 서로를 몰래 욕할 때도 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매번 처음 만난 날을 기념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남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좋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날 곁에서 같이 밥이라도 한 끼 제가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니까 만난 날은 두 사람의 일이니까 끼지 말라는 (?) 핀잔 아닌 핀잔도 들었는데요. 그 말도 참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 투닥일 사람이 있고, 같이 놀러 가고 싶을 때 놀러갈 사람이 있고, 다음의 미래를 기약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구독자님도 아시다시피 싸우는 것도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고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싫은 사람과는 싸우기보다는 차라리 무시하고 멀어지는 것을 택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과 싸우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것 또한 귀찮은 일이기에 애초에 주변에 안 두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요.
저는 자주 부모님을 보며 꼭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까지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가보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저라서 부모님은 종종 얘가 혹시 결혼을 안 하려나 싶어서 걱정하시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혼자만의 여행은 길어야 30대 초반에 끝이 날 것 같고 그 이후의 삶은 누군가와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가까이서 봐온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고, 그냥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나이 50, 60이 넘어서도 지나가는 구름 모양을 보고 아기 코끼리를 닮았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금초코 마들렌을 먹을지 플레인 마들렌을 먹을지 고민을 같이 하고, 먹던 음식을 흘렸다고 깔깔대면 웃을 사람이 곁에 몇이나 있겠습니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유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이왕이면 그 사람도 함께 유치해질 수 있는 관계는 참 소중합니다. 그렇게 재미있게도 살아가는 노부부가 부럽네요.
아무튼 두 분이 만났기 때문에 저도 태어났고, 이렇게 또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부부의 첫 만남 기념일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구독자님도 저도 첫 만남을 평생 기억할 수 있을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또 만났다면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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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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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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