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합니다. 이 시간에는 2호선도 막 붐비지는 않네요. 저는 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쓰고 싶어서 와다다 쓰다가 막상 못 보내는 글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싫은 인간 군상입니다..^^
마주할 때마다 불쑥 솟는 짜증을 마구잡이로 써내리다보면 분노가 좀 사그라들어서 마는 것도 있고, 이런 글을 썼다가는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 같아서 마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싫어하는 인간 군상이지만, 언젠가의 저도 (아마 알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누군가에게 지하철 빌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때 누군가의 이해와 양해를 바라기 위해 지금은 마음을 좀더 곱게 먹어보자는 조금 이기적인 바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떤 분노와 짜증도 없는 상태이기에 싫은 지하철 인간 군상에 대해 좀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듯 해서 써봅니다. 저는 사람 많을 때 백팩 뒤로 매는 사람이 싫습니다. 붐비는 곳에선 가방을 앞으로 매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매너인 것 같은데 대체 왤까요. 사람이 꽉차있는데 백팩이든 크로스백이든 뒤로 매고, 조금만 움직이면 다른 사람한테 자기도 모르게!!! 부닥칠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나요. 핵심은 자기도 모르게입니다. 어떤 사과도 오가지 않고 보통 그런 부딪침은 몇번이고 이어집니다. 본인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사람이 많아서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인데 가방 뒤로 매는 사람과는 멀리에 있고 싶습니다. 짐 놔둔다고 사람 붐비는데 좌석 여러 개를 차지하거나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가 탔는데 해당 자리를 안 비워주고 서 있는 것도 싫습니다.
비오는 날 우산 안 묶고 타는 사람도 싫습니다. 보통 손에 물 묻는 게 싫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던데 엄밀히 말하면 그 이유가 싫습니다. 본인의 사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익을 해치는 행위가..(?). 제가 극도의 공리주의자인 걸까요. 우산하니까 생각났는데 걸을 때, 특히 지하철 계단에서 우산을 뒤로 하고 걷는 것도 싫습니다. 불의의 일로 갑자기 걸음을 멈추거나 하면 뒷사람이 그대로 우산에 찔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대체 왜 연출하는 것인지요. 뒤에 사람 없는 걸 확인했다면 괜찮은데 우루루 내려서 우루루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그러는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은 제가 지하철을 매일 타고 다니는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딴에는 이해해 보려고 정말 한번도 그런 상황을 겪어본 적 없어서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날이 그 사람에게 너무너무 힘든 날이라서 주변을 배려할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며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지하철에서 내릴 때 다른 사람들 어깨를 치고 새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길래 싫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추가요금이 500원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니 멀리서 와서 힘들어서 그랬나보다 하면서 그러려니 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제가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입니다. 마치 지금 붐비지 않는 지하철에서 이 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요.
담담하게 쓴다고 해놓고 그 상황들을 다시 떠올리니 싫은 건지 글이 길어지네요. 아무튼 ... 모쪼록 오늘은 편안하고 좋은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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