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어제는.. 하루 놓쳤습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았습니다, 하하.
이게 참 한번 보내고 나면 회수할 수도 없고,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불특정다수에게 보낸다는 점이 좋아서 뉴스레터를 시작했지만 한편으론 이게 겁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최근 이름을 알린 사람들의 사생활 이슈가 종종 나잖아요? 사실 종종이 아니고 어쩌면 매일이죠.
저는 그런 걸 보면서 언젠가의 저를 상상하곤 합니다.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망언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모습을요... 가끔 조잘조잘에도 친구한테 보낼 말을 잘못 붙여넣어서 망신거리가 되는 모습을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겉과 속을 같게 행동하거나 말하지는 못합니다. 요즘도 수시로 친구들에게 언젠가 이런 나의 말을 너희가 폭로할까 두렵다고 말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망언의 장르도 다양합니다. 인간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나 정치에 관한 생각이나 일에 대한 이야기, 또는 섣부른 편견일 수도 있겠죠. 편견인지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고치기 싫어서 기정사실화하는 편견들이 꽤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더 가감없어지잖아요. 이들이 언젠가 멀어졌을 때, 그것도 나쁘게 멀어졌을 때 이제 문제가 벌어지는 것이고요..^.^ 저도 나름대로 평소에 말을 할 때, 포장하고 포장해서 하는 편인데 그렇다보니 가까운 이들이랑 있을 때는 주체못하고 터져나오는 게 있나봅니다. 어제도 미 대선 결과 발표 전에 뇌에서 갓나온 생각들을 친구와 나누다가 아차했습니다. 반쯤은 진심이 아닌 나의 말들이, 수십년 뒤에 기록으로 전승된다면 천인공노할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닐까? 하면서요.
구독자님도 마찬가지시겠지만 친구랑 이야기할 때는 별 생각없이 하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오곤 하잖아요. 어제 한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무속을 배워와서 한국에 점집을 차리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한없이 가벼운 농담이 지금 메일을 보내면서 한층 무거운 저의 >진심<으로 랩핑되고, 언젠가 조잘조잘은 아프리카 부두술을 믿는 사람이라는 걸로 와전될 수 있겠죠. 어쩜 좋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구독자님과 제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믿기에(?) 비밀을 지켜주실 거라 또 믿어봅니다. 이 모든 걱정은 사실 안 유명해지면 상관 없습니다. 아파트 옆동 10층사는 아무개가 어젯밤에 무얼 했든 무슨 상관입니까, 그쵸. 과연 저는 이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무개로 살지, 나의 친구들의 입술 무게를 믿으며 땡땡땡으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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