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작가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제가 참 좋아하는 소설책 중 하나입니다. 국내 소설 중에 이토록 위트있는 작품을 본 기억이 드문드문하기도 합니다. 중학생 때 읽은 책인데도 아직까지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요.
좋아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이 제목이 굉장히 감탄사 같다는 점인데요. 황당한 순간이 오면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저 문구가 휙 스쳐 지나갑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하면서요.
요즘 드는 생각은 얼렁뚱땅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입니다. 저도 알고 있는 제 고질병 중에 하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적당히만 해도 기대 이상의 성취도가 나온 경험이 많았기에, 그렇게 살다보니 끝까지 붙잡고 있는 지구력이 약합니다. 이러다 한번 된통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텐데 아직까지도 어째저째 얼렁뚱땅 굴러가니까 개선 의지도 박약하고요.
이러다가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서 후회하는 날이 올까봐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다만은요, 그럼에도 도무지 필살의 힘을 다할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이미 그른 걸까요. 주어진 모든 순간이 마지막 기회인 마냥 최선을 다해 불타오르는 모먼트가 제게도 올 수 있을까요. 그만큼 간절해져야 할텐데 크게 간절한 것도 없습니다. 이루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들마저도 지금의 '적당한' 순간들이 모이면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들이라 대단히 이루고 싶은 것이란 생각도 안 드나 봅니다.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목표해야 하는 걸까요.
아무렴 언젠가 얼렁뚱땅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며 후회하기 전에, 조금 덜 얼렁뚱땅 살아야겠습니다. 라는 다짐도 수년째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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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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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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