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야외 결혼식이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살다살다 어떤 형태의 결혼식이 어울릴 것이라는 이야기는 처음이었는데요.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어울린다던데 긍정적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구독자님은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결혼식이 있나요? 사실 저는 결혼식 로망이 거의 없습니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있었지만 여러 차례 (남의) 결혼식을 겪으면서 로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결혼은 하기 싫지만 결혼식은 해보고 싶다는 친구와 쇼부(?)쳐서 그럼 내가 결혼할 때 식은 너가 올려라,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며 낄낄거렸을 정도죠.
결혼식을 올리기 싫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냥 식장 예약하고 땡,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 과정마다 준비하고 예약해야 할 것들은 왜 그리 많은지. 쉽게 바로바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깐깐하게 비교하고 살펴야 하는 것도 어찌나 많은지.
그렇게 오랜 시간 준비한 것들이 몇 시간도 안 지나서 눈 깜빡하면 끝나버리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축의금을 받고 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하지만서도 꼭 금전적 비용말고 시간적 비용이 드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제 결혼을 했다고 공표하고 축하받는 것 자체야 의미가 있겠다만은 자꾸만 '굳이'라는 생각이 삐져 나오는 겁니다. 그 돈으로, 집 평수를 더 넓히고 가구를 좋은 걸 사고 하다못해 투자라도 하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심보가요. 또, 물론 가까운 사람들에게 축하 받는 건 좋지만 그건 사실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이라면 충분히 축하 받을 기회가 많을테고요, 평소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 나와 나의 남편과 가족들을 소개해야 하나? 하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굉장히 결혼식에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남의 결혼식 가서는 매번 너무 감동스러워서 실제로든 속으로든 눈물을 훔치곤 합니다. 그냥 제 결혼식에 있어서만 드는 생각인거죠🥺
생각만에 그치지 않고 부모님께도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왜 결혼식을 올려야 하느냐. 부모님께서도 굳이 결혼식이 필수는 아닌 것 같다며, 특히 요즘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 결혼식 가서 밥 평가만 하는 경우가 농후할 때에는 더더욱 결혼식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죠.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우리 집은 그렇다쳐도 만약 제가 결혼식을 안 올리겠다고 할 때, 상대방 부모님께는 회수했어야 하는 축의금만큼의 현금을 드리는 게 맞다는 것이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또 상대방 부모님께 몇천만 원을 드렸는데 우리 부모님께는 입 닦는 것도 또... 괜찮다고 하셨더라도 그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저런 비용들을 생각해 보면 그냥 결혼식을 올리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또 막상 올리게 되면, 야외결혼식이니 스몰웨딩이니 등등을 준비하고 꾸려가는 게 더 준비할 게 많고 힘이 드니까 남들처럼 결혼식을 올리겠죠? 마음같아선 신랑신부는 저기 멀리 여행가있고 거기서 혼인서약서 읽고 바로 번지점프 뛰는 걸 실시간으로 식장에 송출하면 좋겠네요. 하객들도 식사하시면서 신혼부부의 번지점프 퍼포먼스를 보실 수도 있으니 즐길거리도 충분하고요. 부모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곤 기겁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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