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을 살 수 있다면

2023.11.16 | 조회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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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만일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가 구독자님께 당장 오늘부터 1만 년의 수명을 더 준다고 합니다. 신체나이와 외형나이는 현재 구독자님의 상태에서 머문 채로요. 성형을 해서 외형을 바꿀 수는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이 사실은 구독자님만 알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구독자님의 자유입니다. 스스로 죽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치거나 하면 고통스럽지만 느리게라도 치유된다고 가정합시다.

자, 그렇다고 하면 구독자님은 앞으로 어떻게 사실 건가요. 별안간 이 생각에 빠졌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그냥 지금처럼 살 것 같더라고요. 지금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한에선 적어도 10여년은 지금처럼 살 것 같습니다. 평생 산다고 해서 돈을 악착같이 모으거나 펑펑 쓰거나 하지도 않고요. 그렇게 오래 살다보면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겠죠.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마음가짐은 좀 바뀔 것 같네요. 전반적인 희노애락에 무던해질 듯해요. 미운 사람을 봐도 '그래봤자 너가 먼저 죽겠지...' 생각하고 말 것 같고요. 좋은 일이 있어도 1만년 내내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려니 하고 말 것 같고요.

다만 슬픔에는 무뎌지지 않을 것 같아요. 수없이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시간동안 평생 그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죠.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고 하지만은 아마 구독자님께서도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으시다면 잊는 게 아니라 단지 마음에 묻어둔다는 의미를 곱씹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잊고 사는 듯이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그때마다 매번 모든 일상을 뒤로한 채 슬픔에 빠지지는 않지만 마음이 잠시 침잔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1만여년을 살면 그렇게 묻어두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슬퍼지네요. 새삼 우리들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늘 생각은 하지만 또 헛된 것에 지금을 낭비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또 과거를 후회하기도 하고요. 이왕이면 그런 시간들을 줄이고 감사하고 기뻐하며 지금을 즐기는 시간들을 더 많이 보내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영화 <맨프롬어스>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참 재미있으니 추천드립니다. 거의 대화로만 구성된 영화인데 인물들끼리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만 해도 1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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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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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

    0
    12 months 전

    와,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는데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아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게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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