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북토크에서 좋은 말을 들었습니다. 화가 날 때면 환기를 시켜야 한대요. 한 1분이라도 나가서 걷거나, 벽지 무늬를 세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상황과 감정과 무관한 일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방금 빈츠 하나 꺼내 먹고 오니 환기가 됩니다.
구독자님은 화를 어떻게 푸시나요? 전 여러 좋은 방법으로 포장해보려 했지만 사실 화를 가장 '자주' 푸는 방법은 남에게 징징거리기입니다.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내가 맞고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 길게 조잘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게 좋은 방법은 아닐 것 같아서 전문가분께 여쭤봤습니다. 다행히 괜찮은 방법이라고 하십니다. 다만, 그게 성립되려면 들어주는 상대가 '무조건' 내 편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네요. 잘잘못을 가리려고 하거나 내가 화가 난 대상과 관련있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고요.
운이 좋게도 저의 이 불평불만을, 불평불만없이 들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는 쌍방인 만큼 혼자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처럼 써서는 안 되겠죠. 그걸 알면서도, 돌아서 후회할 때가 있으면서도 가끔 화가 너무 날 때는 마구 털어놓습니다. 거의 일기를 쓰듯이 쏟아내는데요. 제가 봐도 사실 본인과 무관한 일로 화가 나서 따박따박 말을 전해놓은 걸 보면 짜증나겠다 싶기도 합니다.
사실 일기장에 쓰는 것이랑 뭐가 다르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사소한 말이 뭐라고, 남의 입에서 그 말 한 마디 듣는 게 참 위로가 됩니다.
예전엔 이해 안 되는 것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때문에 더 화가 나곤 했는데, 이젠 이해 안 되면 그냥 이해 안 되는 대로 흘러가게 둡니다. 뭐, 별 수 없죠. 어떻게 세상 만사 다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으로 흘러가겠습니까.
분노를 혼자 잘 해결하는 법을 아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매번 징징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전 사무실 벽에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여놓고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위로가 필요한 분노가 일 때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러모로 건강하게 나쁜 감정을 잘 배출하며 살아갑시다. 새삼스레 자주 징징거리는 스스로를 반성하며, 그런 저를 포기하지 않아준 주변인들에게 감사를 표해봅니다. 구독자님,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거겠죠?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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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이젠 이해 안 되면 그냥 이해 안 되는 대로 흘러가게 둡니다. 뭐, 별 수 없죠. 어떻게 세상 만사 다 공명정대하고 합리적으로 흘러가겠습니까." 요즘 저도 딱 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잘조잘
사실 저는 이렇게 써놓고도 막상 현실에서 응용은 잘 안 되네요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이해를 못하고, 또 노력하고 답답하고 합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더 더 마음을 비워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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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주변에 미안해하고 감사하며 솔직하게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지윤님이 전 건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ㅎㅎㅎ
조잘조잘
그 솔직함을 그대로 이해해 주는 주변인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정은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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