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

2023.08.07 | 조회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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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벌써 8월도 일주일이나 지났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금방 겨울이 오는 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덕질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죠? 작년 3월에 시작해서 아직까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입덕한 이후에 발매한 앨범도 모두 샀고, 사무실 제 벽에도 덕질존을 만들어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를 붙여 놨을 정도로 진심인데요. 고등학생 이후로는 덕질을 한 적이 없어서 스스로도 이러는 모습이 신기했었죠.

해당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었습니다. 제가 원래 좋아하는 이성의 얼굴과도 거리가 멀고,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빠져 들어서 노래도 자주 듣고, 방송도 자주 보곤 했죠. 특히 목소리가 좋아서 생애 최초로 오디오 북도 샀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실제로 콘서트를 보고 왔습니다. 친구들이 대신 티켓팅을 해준 덕분에 1층 스탠딩석 앞자리로 잘 보고 왔습니다. 거의 15m 내외로 정말 가까웠는데요. 1박으로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또 간 거라 몸이 피곤했는데도 마음은 설렐만큼 기대가 컸습니다.

공연은 좋았습니다. 실물도 정말 잘생겼었고, 직접 들으니 목소리는 더 좋았습니다. 노래도 콘서트용으로 편곡된 것들도 모두 좋았고, 특히 그 공간엔 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는 것도 참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연을 보는 내내 저는 굉장히, 정말 스스로 놀랄 정도로 평온하고 이성적이었습니다. 분명 예상하기로는 너무 들뜨고 심장이 뛰고 막 눈물도 날 것만 같았는데 이상하게 정말 이보다 차가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가라 앉았습니다. 노래가 싫었던 것도, 실물이 실망스러웠던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공연을 보고 나와서도 별다를 바 없었습니다. 싫었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웠죠. 다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같은 가수를 좋아하고 있어서 이번 공연도 같이 갔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공연을 보고나서 너무 행복해 했는데 저는 정말 별 동요가 없다보니까 머쓱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공연을 보면서 잠깐잠깐 쉬는 시간이 있을 때는 계속 그 생각을 했습니다. 왜 생각보다 별 생각이 없지?

여느 팬들이 콘서트 후에 느끼는 현타와는 달랐습니다. 되게 가깝게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연예인이어서 낯설다는 이야기를 이미 인터넷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실제로 보니까 너무 그냥 사람이어서 별다른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휴대폰 화면으로 볼 때는 정말 연예인, 아이돌! 이런 느낌이었고 주접을 떨자면 세상에 다시 없을 미남이고 말하는 것도 선하고, 행동도 귀엽고, 목소리도 좋고, 노래나 춤도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내 또래의 성인 남성이라는 것이 너무 느껴지더라고요. 공연을 준비했던 과정이나 등등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여느 직장인들이 pt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하는 고민들이나 등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더더욱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덕질할 때에도 계속 했던 생각이기는 합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인이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평범한 xx년생 사람이라는 것을 머리론 알고 있었지만 또 눈으로 마주하니까 느낌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싫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너무 그냥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앞에서  열광하는 게 좀 머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나, 너,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데 내가 굳이 이 한 사람에게 이런 열과 성을 보여야 하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오히려 모니터에서 봤을 때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보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현실이더라고요. 제 옆의 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의 또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화면으로 볼 때는 그래도 와 연예인!인데 실제로 보면 그냥 사람이니까요. 음악적으로 좋아하는 게 먼저였고, 그 뒤에 그 사람을 좋아했다면 모르겠지만 사실 외적인 부분이 먼저 좋았고 그 뒤에 화면에서 보이는 성격이나 음악이나 등등도 좋아하게 된 거라서 더 그런 것도 강습니다. 예전에 좋아하는 밴드 콘서트 등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음악을 좋아했던 공연에선 이런 마음이 안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해당 연예인을 봤을 때, 연예인같지 않아서 실망한 것도 아닙니다. 보는 동안 정말 미남이라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제가 그간 좋아해온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았어요. 공연도 좋고 그 연예인의 모습도 넘 멋있었고요. 그런데 다만 마음속에 떨떠름이 사라지질 않네요.

이러다가 며칠뒤엔 다시 영상이나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좋아할 수도 있고, 뒤늦게 그때 콘서트의 여운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땐 콘서트를 제대로 즐기기보다는 나는 왜 저 사람에게 열광하지 못할까를 고민했던 스스로를 후회할지도 모르겠죠. 그리고 지금도 싫은 것도 아니고 탈덕한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다른 연예인을 좋아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애초에 사람을 좋아하는 데 장벽이 높은 편인데, 그걸 모니터 속에선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똑같은 '사람'이라서 다시 마음의 벽이 세워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입으로는 박애주의자라고 하면서 실은 늘 사람을 객체로 보고자 하는 못된 습성이 다시 도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깝진 않아요. 재밌었고, 잘생겼었고, 이런 생각을 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 번이라도 봐야하긴 했을 겁니다. 요즘 정말 너무 폼이 미쳐서(?) 실물을 꼬옥 보고 싶었거든요, 우하하. 1년 반을 진심을 다해서 좋아했기에 이런 마음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만 뭐 좋았으니까 된 거죠.이 요상한 마음으로 이번주도 활기차게 가보려 합니다. 구독자님도 이번주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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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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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about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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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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