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글쎄, 얼마전 갤러리를 정리하는데 이런 스토리를 보여주지 뭡니까?
보고 완전 웃었습니다. 어지간히도 탈주에 빠졌었구나 싶었습니다. 스틸컷부터 해서 배우들 현장 촬영 사진까지 눈에 보이면 다운 받았거든요. 그 이유의 9할은 구교환 배우이긴 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교환 배우도 넘 좋았지만 구교환 배우가 연기한 리현상이란 캐릭터가 너무×100 좋았습니다. 장난기 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던 구 배우인데 유쾌함이 서려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웃음기 싹 뺀 북한 보위부 소좌 리현상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100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솔직히 영화 자체가 완벽히 좋았다곤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인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여럿이다보니까 관객 잊장에서는 중간중간 집중이 깨지더라고요. 몰입할 수 있는 순간들은 결국 영화의 메시지에 충실했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차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앞서 말한 메시지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북한군 임규남의 탈북기를 그리고 있지만, 좀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운명이라고 일컫어지는 거스를 수 없을 것만 같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불사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데리고 탈북해달라는 동혁이나 중간에 만나는 유랑민들과의 이야기도 그려집니다. 분명한 목적의식에도 불구하고 이타적인 이유로 그 길이 좌절될 위험을 무릅씁니다. 처음 봤을 때는 영화에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하는 걸로 보이고, 흔히 말하는 고구마적 요소로 답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규남이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때에, 옆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인류애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 시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과정이 아무리 고단할지라도 옆에 있는 힘든 사람들을 못본 척하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요. 그런 따스함 때문에 이 영화를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임규남이자 곧 리현상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마음 속에 자유와 꿈을 소망하지만 현실이란 이름 아래 그러한 것들을 이상이자 철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요.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우습게 여기면서도 자신이 이루지 못하고, 이룰 용기도 없는 언젠가의 꿈을 누군가 진짜 이룰까봐 경계하고 시기하고 때로는 막아서는 모습이요. 왜, 어릴 때 위인전 읽어보면 위인들이 대체로 하는 말이 무언가를 하고자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안 될 거야'라고들 하잖아요. 하고 싶다는 이유로 튀어 나가려고 할 때마다 붙잡아서 현실에 발 붙이게 하려고 부단히도 애쓰는 우리네 모두의 이야기이지도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판타지 장르로도 읽혔습니다. 아무리 상처입고 부러지더라도 결국 꿈을 이루게 된다니. 얼마나 이상적인가요. 저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탈북에 성공한 규남이가 한국 온 지 얼마 안돼서 청년 창업 지원금도 타내고 여행사를 차린 모습이 비현실적이라며 영화의 끝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녕 비현실적이라고 하더라도 영화에서만큼이라도 그렇게 행복해지는 게 뭐가 어떤가 싶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곱씹을수록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본 영화 '한국이 싫어서'도 재미있게 봤는데요. 그것도 언젠가... 스포일러 가득한 후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고 나서 후기 남기는 편이 좋을 듯해서 책 다 읽고 올게요.
아무튼 오늘도 규남이를 꿈꾸되... 리현상처럼 현실에는 충실한 하루를 보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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