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성찰을 멈추라는 말이죠..😅
구독자님도 아시다시피 전 성찰을 좋아합니다. 단순히 호불호의 영역이 아니라 적어도 제게는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도 믿는데요. 스스로의 마음을 자주, 깊이 들여다 봐야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성찰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복수전공을 동양철학을 했겠습니까.
그런데 가끔 이 성찰이 독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를 보기 보다는 내면을 먼저 바라보거든요. 아주 작은 씨앗일지라도 제가 문제를 일으켰을 만한 걸 찾아보려고 합니다. 스스로에게 문제가 정말 없을 때에 그제서야 밖을 봅니다. 딱히 성인군자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혹시나 남이 나를 문제 삼을 때 떳떳하기 위한 자기 욕심입니다. 내 탓 아닌데?를 자신있게 말하기 위함이죠😏
단, 그건 정말 내게 문제가 없었을 때의 일이고 제가 생각했을 때 저의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말 그대로 땅굴을 파고 들어갑니다. 왜 그랬지?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혼자서는 답도 안 나오는 문제들을 끌어안고 괴로워합니다. 이게 문제라는 걸 몰랐던 이유는 사실 지금까진 딱히 스스로한테 화살을 돌릴 일이 없었거든요. 대개의 갈등상황에서 원인제공자는 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게 문제가 있었을 때는, 성찰중독자로서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 때문에 애초에 심리적 괴로움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쩌면 내가 문제일 수도 있는데, 당장에 해결할 수는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아직 이같은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 미숙해서 그런지 정말 어쩔줄 모르겠더군요. 당장 해결할 수도 없고, 사실 해결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는 문제에 마주하고 나니까요. 감정을 생각으로 억누르지 말라고들 하는데 계속해서 억눌렀습니다. 내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감히..^^ 슬퍼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슬퍼하지 않으랴고 노력했습니다. 해결이 먼저지 슬픔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죠. 저 진짜 대문자 F 인간인데 쓰고보니 대문자 T같네요🤣
하지만 사람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마음 먹는다고 바로 되겠습니까. 한달가량 인지부조화로 내내 괴로워 했습니다. 살면서 정말 오직 슬픔이 이렇게나 오래 지배적이었던 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은 원망, 분노 등이 섞일법도 한데 오로지 슬픔이었거든요. 또, 원인이 제게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주변에 말하기도 꺼려지더라고요.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 보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쌓이던 슬픔이 최근에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한번 둑이 터지니까 걷잡을 수 없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주변에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또 제가 너무 늦게 깨달은 것도 있지만 아무튼 제 잘못이 아니라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단지 잠시 위로를 하기 위해 하는 말들이 아니라, 실제로 잘못이 아닌 근거들을 함께 말해주니 저도 머리가 맑아지더라고요. 그간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습니다. 만일 타인이 제게 이같은 고민을 토로했으면, 대체 왜 그걸 스스로의 잘못으로 돌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대번 말해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일이 되니 참 말이 다정하게 안 나오더라고요. 어설픈 완벽주의의 폐해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슬픔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꽤 많이 줄어들었어요. 20년지기 친구가 그러더군요. 저는 납득과 합리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게 당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문제에서도 어떻게든 원인을 찾으려다 보니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린다고요. 그게 아니고서야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듣고나니 되게 선사시대 제사장 같은 마인드인 듯합니다. 비가 안 오는 데에도 원인이 있고, 그 이유가 하늘이 인간들때문에 노했다고 보는 것처럼요^^;;
아무튼 당분간은 Z세대다운 마인드를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주변에서 보내준 무수한 가슴에 새겨둬야 할 밈과 짤의 향연을 꼬옥 새기면서..^^ 성찰도 안 할 겁니다. 그냥 좀 머리 비우고 될 대로 살려고요. 또!! 힘들면 주변에 말을 해야겠습니다. 며칠 전, 요즘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분께서, 힘든 티가 전혀 안 난다는 말을 하시길래 속으로 놀랐습니다. 힘들어서 더 안 들키려고 생글생글거리고 담담히 행동한 게 오히려 제겐 독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가면을 너무 두껍게 쓰고 있는 게 뭐가 그리 좋은 거라고요.
또또 말이 길어집니다. 남은 이번주의 시간은 다행히도 주말까지 꽉꽉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낼 예정입니다. 싫은 것보다 좋은 것에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뭔가 정말, 한달만에 정말로 마음이 괜찮은 날입니다. 구독자님은 요즘 어떤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즐거우시다면 그 기쁨을 오롯이 누리시길,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어서 터널이 지나가길 기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결론에 동의하며, 응원합니다! ^_^
조잘조잘 (316)
그러려니 하며 살아봅시다^_^ 오늘 하루도 응원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