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이는 졸업을 할 수가 없었다

2023.05.10 | 조회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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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학생 때를 돌아보면 마지막 학년의 기억은 늘 눈물이 가득했습니다. 지망하던 학교에 매번 떨어졌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중학교 두 곳을 지망했습니다. 사실 '뺑뺑이'로는 거의 가망이 없는 학교긴 했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있었던 저는 왜인지 나는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죠. 보통 우리 학교에서 한 명쯤 간다는 데 그 한 명이 내가 될 것 같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80살 때까지도 뭐하면서 살지를 1년 단위로 빼곡하게 적어둔 야심만만한 어린이였기 때문에 당시 그리던 제 완벽한 삶의 시작이 바로 그 중학교에서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죠. 14살의 목표로 ㅇㅇ중학교 입학을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가차없이 떨어졌죠. 그리고 제일 가기 싫었던 집 바로 앞의 모 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아직도 후문에서 나와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을 내내 울면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같이 하교하던 친구는 그래도 우리 같은 학교에 가지 않냐며 위로해줬는데 귀 막고 울기만 해서 지금 생각하니 미안하군요..

그래도 중학교는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만큼은 가고 싶은 데를 가려고 했죠. 지원해서 갈 수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도 고민을 했지만 불현듯 찾아온 고등학교 미진학에 대한 열망과, 기숙사에 가기 싫다는 생각과, 경쟁 스트레스에 취약한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이 복합적으로 겹쳐져서 고민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고, 보통 우리 중학교에선 그 학교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 쓰면 다 붙는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당시 친한 친구와 함께 썼었는데요. 결과적으론 저희 학교에서 4명이 지원했는데 저빼고 3명이 다 붙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합니다. 뺑뺑인데도 어떻게 저만 똑떨어졌는지. 결과지를 받아들고 저도 울고, 같이 가고 싶은 마음에 원서 접수 마지막 날 저랑 같은 학교로 바꿨던 친구도 울었습니다. 다행이 고등학교도 재미있게 잘 다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대학입시에서도 오열을 했습니다. 이미 4개의 불합격 소식을 듣고 침울하던 가운데 받아든 유일한 합격 소식에 처음으로 슬픔이 아닌 기쁨의 눈물을 흘렸네요. 당시 복합쇼핑센터에 있었는데, 휴대폰이 안 돼서 가게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카운터 pc로 합격창을 확인했는데 보자마자 무릎꿇고 오열한 기억이 납니다. 새삼 그런 민폐가 없었는데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진학 시즌이면 늘 오열하던 저를 아는 가족들은 과연 취업을 하고도 얘가 울지 관심을 모았는데요. 다행히 취준하며 많이 울고 취업하고는 울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지금, 과연 앞으로 남은 입시에서도 눈물을 지을지 궁금한데요. 앞으로는 합격 소식을 듣고 울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도의 눈물보다는 기쁨의 함박웃음을 더 많이 짓기를 소소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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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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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야

    0
    over 1 year 전

    오늘은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레터였어요~;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예상할 수 없으니, 삶이 만만하지 않은거겠죠? <대학원 합격>소식을 기다려보겠습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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