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의 끝은 저출산 고민이었다

2023.04.20 | 조회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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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올 상반기는 역마가 잔뜩 끼었는데요. 1월 부산을 시작해 강릉, 포항, 대전, 용인, 베트남까지 다녀왔습니다. 주말에 부산을 또 가고, 2주 내로 전주도 다녀올 예정입니다. 제주도도 곧 갑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요즘의 이런 홍길동적인 삶이 즐겁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2023년을 '국내여행의 해'로 이름짓고 안 가 본 동네도 많이 다녀볼까 싶기도 하고요. 꼭 기차를 타지 않고도 서울 내에서도 안 가 본 동네를 가보고 싶습니다. 얼마전엔 지하철 종점을 다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네요.

가장 좋았던 여행은 아무래도 가장 큰 금액을 투입한 하노이 여행이었습니다. 팬데믹 이후로는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는데요. 사실 전 관광이 기반인 여행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명과 멀어질수록 선호하거든요. 이왕이면 와이파이나 데이터도 싹 다 안 터지는 곳이 좋습니다. 비록 휴대폰 중독자이긴 하지만요.

다행히 베트남도 이틀은 하노이 도심에 있었지만 삼일은 완전 자연으로 떠났습니다. 닌빈, 짱안에서는 작지만 가파른 산도 오르고 거대한 강과 동굴을 배로 탐험도 했습니다. 하롱베이에서는 무려 하룻밤을 바다 위에서 머물렀는데요. 어딜 봐도 물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싶더라고요. 하롱베이 크루즈 투어는 꼭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하노이였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도시 곳곳에서 어린 아이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하노이 문묘에 갔더니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졸업 사진을 찍으러 왔더군요. 세상에, 졸업한 이후로 그렇게 많은 애들을 한번에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올망졸망 귀여운 애들을 보는 일이 즐거운 것도 잠시, 금세 씁쓸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큰일 났구나, 아득해졌거든요. 지난해 국내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산율은 0.78명입니다. 베트남은 2.01명이죠. 10년, 20년 후에 경제 발전 속도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뻔한 결과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현지인 청년이 대학진학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학벌만능주의가 팽배했고, 교육열에 목을 매던 과거 한국의 모습이 스쳤습니다. (여전하지만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악영향도 많았지만 전 그만큼 교육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자원부족국가인 한국이 인적자원만큼은 확실히 키워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베트남도 이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인적자원 성장 속도도 더 빨라지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입니다. 서울대가 베트남에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고 애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낳아야 한다고 해도 낳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출산과 육아와 제 커리어를 병행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애를 낳는 것과 키우는 것을 따로 보는 듯한 정책을 봐도 깜깜합니다.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도 비슷해요.

당장 해결책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여행을 다녀오면서 막막함만 늘었습니다. 사실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요. 제가 본 그 순간과 그 지역만 그랬을지는 몰라도 애들을 향한 시선이 기본적으로 온정적이었거든요. 공연장에도 미취학 아동들, 심지어 3살 이하의 아기들과 함께 옵니다. 조금 시끄러워도 나무라지 않고 함께 즐기는 그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국내 영화관이나 공연장(전체관람가)에서 그 나이대의 아기들을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 물론 거기도 거기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은 적어도 온 마을이 애를 키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딱히 결론은 못내겠습니다. 언젠가 애도 낳고 키우고 싶지만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일도 평생 하고 싶은 욕심을 과연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내려놓아야 한다면 내게 우선순위는 뭘까. 나만 이런 욕심이 있는 건 아닐텐데 모두들 적당히 포기하고 사는 걸까. 다른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말아버렸네요.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민을 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지고, 깊어졌으면 합니다. 그럴러면 저도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더 해야만 겠죠. 그러면서도 사는 것에 치여서 또 이 고민은 후순위로 두고, 그렇게 잊어가려나요.

참 머리 아픕니다. 그래도 하노이에서 만난 꼬마친구들은 정말 귀여웠네요.

구독자님, 목요일 아침부터 너무 피곤한 주제였으려나요? 꼬마 졸업생들의 사진 한장 첨부합니다. (혹시 모르니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피곤함이 귀여움으로 상쇄되었길 바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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