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 것이 상처를 줄 때에

2022.09.06 | 조회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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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바꾼 휴대폰 그립톡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은박꽃인데 휴대폰 색이랑 잘 어울려 맘에 쏙 들어서 오랫동안 보고 있다가 선물로 받아서 잘 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 실수로 망가졌습니다. 깨져서 한 면이 뾰족해졌는데요. 바로 바꿀 법도 한데 마음에 드는 다른 게 없어서 여전히 끼고 다닙니다. 깨지긴 했어도 이것보다 예쁜 걸 못찾겠고, 똑같은 걸 또 사자니 괜히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다가 어제 단면에 손이 찔렸습니다. 플라스틱이고 많이 날카롭지는 않아 다치지는 않았는데 순간 아차했습니다. 이미 망가진 게 뻔히 보이는데 여전히 좋아하고 아낀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다가 언젠간 상처입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소한 걸로 너무 멀리 갔을까요? 생각해 보면 사랑했던 대상으로부터 상처입은 경험은 여럿 있습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실, 아무리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나를 해한다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미련이 남고 아까워서 못 놓는 경우도 많죠.

다른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이만큼 사랑하는 대상을 또 만날 수 있을지, 또 내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지 싶은 걱정에서죠. 하지만 구독자님도 아시다시피 사랑을 줄 대상은 다시 나타납니다.

종종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더 빨리 놓지 못한 것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전부였어서 차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대던 스스로가 안쓰러워질 때도 있고요.

물론 견뎌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입니다. 힘들다고 바로 놓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보면 다음에 비슷한 시련이 와도 이겨낼 힘이 되니까요. 다만 적당할 때에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는 말이 밈으로 돌고 저도 종종 즐겨 쓰는데 사실 꼭 그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무책임하게 놓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노력했다면 더는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할만큼 했다는 게 사람마다 달라서 옆에서 누군가 '그정도'로 벌써 관두냐는 말을 덧붙일지도 모르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마다 역치는 다르기에 옆에서 감히 판단하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가 이번 편지를 쓰면서 내내 떠올린 대상은 제 꿈입니다. 이제 마음을 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면서도 한번씩 참 어렸던 제가 오래도 사랑해왔던 그때가 떠오르면 망설여지기도 하는데요. 이미 깨진 것을 몇번이고 기우기보다는 업사이클링할 방법을 찾았다면 나아가는 게 답이겠죠.

그립톡에 찔려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참 멀리도 왔네요. 아무리 마음에 쏙 들었던 그립톡이라도 손에 찔리기 시작했다면 얼른 바꿔야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다른 게 없으면 똑같은 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오늘 하루는 그 무엇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보내시길! 마음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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