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다'는 함정

2022.09.05 | 조회 7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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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근래 미디어에서 '무해함'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무해한 콘텐츠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런 콘텐츠를 좋아하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도 매번 타인이 불편하지 않을 글을 쓰고자 생각하고요.

그런데 마음 한편에는 무해를 갈망하는 사회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리도 무해한 콘텐츠에 열광할까. 동시에 나는 왜 이런 현상이 마냥 반갑지는 않을까. 어렴풋한 생각 더미는 있어도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워 속으로만 담고 있었죠.

최근 한 스타트업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다 명확해졌습니다. '무해함에 대한 지나친 신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길래 요즘 제 개인적인 관심사라며 더 얘기를 깊게 여쭤봤습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결국 마이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플러스도 함께 줄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개개인에게는 무해하려는 노력이 합리적인 선택일지모릅니다. 단, 사회 전반적인 관점에서는 실수하고 잘못하더라도 시도하는 이들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이셨죠.

전적으로 공감이 갔습니다. 사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무해함은 무언가를 하되 불편하지 않게 행동하라는 것이지만 대개 참 어려운 일이죠.

물론 대중들이 콘텐츠에 바라는 무해함은 이와 결이 다르기는 합니다. 약자를 희화화하지 않고 누가봐도 잘못된 관습에서 탈피하자는 것이죠. 저 역시 불편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아직 불편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서 다소 복잡합니다. 최근 주장만 난무하고 근거는 빈약한 말과 행동들을 자주 마주하기 때문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 역시 소비와 생산 모든 측면에서 무해한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일상에서도 무해한 사람들이 좋고요. 다만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미심쩍음을 해소하지 못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아쉽습니다. 논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포장지가 어떻고 사상이 어떻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은데 말이죠. 다툼이 아니라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다면요.

그래서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의도를 지레짐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신뢰가 쌓인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또 편향될 때도 있고. 참 어렵습니다.

쓰면서 무해함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싶었는데 도리어 깊어진 것 같네요. 구독자님은 이 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쿡 찌른다고 바로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언젠가 정리가 되시면 제게도 알려주시길 바라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 하루 무해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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