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

2024.07.01 | 조회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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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제가 지난주에 말도 없이 빠져 먹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기보다는 오늘부터 다시 꾸준히 쓰기로 재차 다짐해 봅니다.

저는 지금 고향에 와 있습니다. 입학 이래 처음으로 휴가를 며칠 내고, 내려왔는데요. 내려온 지 벌써 4일째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장마 시작 전 날이 맑을 때 바다도 보고 오고, 내일 또 바다를 보러 바다를 건너 갑니다. 쉴 수 있을 때 제대로 쉬어야겠죠.

구독자님도 아시겠지만은 제 상반기의 주력 목표는 효율적인 일정 관리였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물어 물어서 남들은 어떻게 일정 관리 하는지 살피고, 유튜버나 블로거, 브런치 작가들의 노하우도 알아보고 몇개는 따라 해보기도 했지만 영 안 맞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방대한 루틴을 한번에 관리하기도 어렵고, 모든 걸 일원화하고 싶은 욕심을 웬만한 앱으로는 충족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 아날로그를 하다가도, 매번 들고 다니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 안 됐고요. 어떻게 정착이 됐나 싶다가도 게으름 탓인지 오래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일정을 빠뜨리는 일 없이 상반기를 보냈지만, 생산성 관리에 대한 갈증을 여전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내려와서 아빠가 컴퓨터를 보여주셨는데, 거기에 제가 상반기 내내 찾던 해답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전체적인 흐름부터 시작해서 일일 일정 관리까지 세부적으로, 세심하게 짜인 엑셀 계획표가 바로 그 해답이었죠.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신 이래 모든 수입 및 자산, 네트워킹, 삶의 경조사, 디테일한 일들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는데요. 제가 다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그 기록 방식이 결코 귀찮지도 않고, 정말 효율적으로 구현돼 있었습니다.

옆에 앉아서 노하우를 전수 받고, 제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바로 적용해서 저만의 총괄 시트를 만들었는데 마음이 넉넉해지더라고요.

방대한 아카이브도 인상 깊었지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일일 일정관리 방식이었는데요.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한 일'을 모든 일과를 마친 후 기록하고 계셨습니다. 할 일은 못지키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한 일을 적어놓으면 내일 할 일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되고, 요 근래 부족했던 일과 과했던 일이 한 눈에 보이니까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도 있었죠. 특히 엑셀로 데이터화 하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우선순위에 따른 일과들도 기록하면 자연스레 올해 목표와도 연동되고요.

저는 아빠가 이렇게 일정 관리를 꼼꼼하게 하고 계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것도 수십년을 이렇게 꾸준히 해오셨을 줄은요. 간단하게 한 줄이라도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누가 놀러왔는지, 어딜 갔는지를 적어둔 기록은 그 자체로 일기가 되고 또 삶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제가 옆에서 시트를 막 제작하기 시작하자 아빠가 해준 말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트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수십년 관리해온 아빠지만 여전히 보완하고, 수정하고 있다고요. 하다 보면 더 추가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언젠가 필요 없어지는 것도 생기는 게 당연한 것이니 그때그때 바꾸면 되는 거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 없다는 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선의' 생산성 관리를 위해 고군분투한 지난 상반기가 떠오르며, 최선이 아니어도 우선은 기록하는 데 의의를 두자는 생각으로 고쳐먹었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제가 찾던, 최선의 방법이 있는줄 모르고 먼 길을 헤맸던 시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정말 등잔 밑이 어두웠습니다. 하반기의 시작을 아주 말끔한 기분으로 시작할 수도 있어서 기쁩니다. 동시에 저의 일정 관리에 대한 열망이, 어쩌면 유전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묘하기도 했습니다. 피는 못속입니다, 정말.

기쁜 마음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며칠만에 쓰는 글이라 할 말이 많이 쌓이기도 했나 봅니다. 휴가 기간 동안 세이브도 부지런히 만들어야겠네요 (?). 모쪼록 이번주도 잘 지내봅시다, 구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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