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도전의 끝맛은 쓰다

2024.07.02 | 조회 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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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구독자님의 지금 머리스타일은 어떤 모양이신가요. 저는... 이번에 난생 처음 해보는 스타일에 도전했다가 패배의 쓴맛을 아주 아주 오래 느끼는 중입니다. 저는 살면서 머리 모양에 아주 보수적이었습니다. 머리색 바꾸는 것에 대해선 자유분방했지만, '모양'은 웬만해선 변화없이 지냈습니다. 길이가 좀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한이 있어도 전체적인 틀은 비슷했죠.

그러던 중, 이번에 내려와서 미용실을 갔습니다. 뿌리 매직이나 매직을 주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매직을 하고,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에 들렀죠.

그런데 미용사 선생님께서 혹시 파마를 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시더군요. 제 곱슬이 S컬 펌처럼 자란다고, 생머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곱슬모를 그대로 살려서 길러 보는 건 어떻겠냐고요.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농담으로라도 들어본 적 없는 곱슬머리로서 순간 혹하는 말이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말을 하면서도, 흔쾌히 오케이한 이유입니다. 일년에 두세번씩 매직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요. 파마하면 이제 매직할 필요 없이 곱슬이 자라는 대로 그냥 둬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문제는 제가 중단발을 할 생각이었어서, 커트부터 했는데 머리가 이미 좀 짧아진 상태였다는 겁니다. 저는 굵은 펌을 할 줄 알고 별 걱정 안했는데 이런...롯드가 얇더라고요. 여차저차 과정을 다 끝내고 거울을 보니 한 마리의 푸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심지어 귀가 짧은 푸들이요... 저 스스로도 이게 안 어울려서 그런 건지, 낯설어서 그런 건지, 마음에 드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에 그냥 아직 어색한가보다...하고 서둘러 미용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모든 거울마다 마주한 제 모습이 점점 낯설어지고, 점점... 마음에서도 멀어져 갔습니다. 내 나이가 20살만 어렸으면 미용실에서 그대로 빵 하고 울어버렸을 거란 생각을 하며 주변 친구 몇몇에게 머리를 확인 받았습니다. 위로를 해주는 친구도 있었고, 이 모든 건 곧 지나갈 거라는 담담한 말을 건네는 친구도 있었고, 요즘 애들 머리 같다는 말을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한 말은, 제가 자발적으로 했을 리 없을 것 같은 머리라는 거였죠. 아마 제가 잠시 홀렸나 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조금만 더 길면 분명... 괜찮을 거라 믿습니다. 믿어야만 합니다. 머리스타일이 제가 평소 입는 옷 스타일이랑도 하나도 안 어울려서 집가는 길에 옷을 네 벌이나 샀습니다. 도저히 제가 평소 입는 스타일대로 이 머리에 입을 자신이 없어서요... 은은한 우울감이 배긴 상태로 있는데 한편으론 휴가 기간 동안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애가 휴가 길게 쓰고 다녀왔는데 머리 길이가 반으로 줄어있고 빱슬빱슬하게 머리 볶아 온 걸 보면 회사분들께서, 제가 분명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반항심을 머리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하실까 걱정도 되고요.

사람이 하던 짓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왜 이런 만용이 든 걸까요? 좋게 생각하면 제 인생에 이제 두 번 다시 파마는 없고요, 그걸 더 늦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고요, 다행히 중요한 일정 없고 당분간 또 마감과 스터디만 집중하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눈에 고여 있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겠죠..^^ 머리는 또 길기 마련이니까요. 머리가 마음에 안 드는 관계로 당분간 칩거 예정입니다. 1cm라도 빨리 길면 좋겠네요.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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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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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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