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요즘 종종 시니컬해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엥뿌삐 같은 스스로의 모습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때가 온 걸까요. 일련의 피곤한 일들을 보내고 나니까 텐션이 많이 다운 된 걸 스스로도 느낍니다. 여전히 까부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빈도와 강도가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바뀐 모습이 싫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갓생 호소인에게는 이런 성격이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종종 갓생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때론 구독자님께 보내는 편지 속에서도 스스로 갓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은, 갓생 호소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 말라고 하는데 대단한 사명감 때문에 대학원에 간 것도 아니고, 대단한 지적 욕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살고 싶은 삶에 학위가 필요하고 전공을 세분화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택한 거죠.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그리고 주변에 보면 다들 자신만의 이유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위해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전화 영어를 하고, 학습지도 하고,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하고요. 사실 운영까지 안 가고 참여만 해도 대단한 거죠.
그래서 갓생 산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집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닥 열심히 사는 것 같지는 않아서요. 생각보다 잠도 많이 자고요, 점심 때 짬내서 친구들도 만납니다. 출퇴근 시간에 공부하겠다는 계획은 자주 어그러져서 그때 그냥 카톡만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이렇게 구독자님께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웹툰도 봅니다. 주말에도 10분이면 갈 거리를 굳이 돌고 천천히 걸어서 30분 동안 가곤 합니다. 날씨가 좋으니까 이 계절을 충분히 즐겨야 한다는 핑계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갓생을 살고 있다고 칭찬하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려나요. 어쩌면 그렇게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되새기고, 어딘가에 공표하지 않으면 지금을 무사히 보낼 자신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는 그런 말을 하더라도 남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지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또 열심히 안 살고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말을 굳이 남의 입에서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참 모순적이죠? ^.^
종합하자면 저는 제 스스로를 한도끝도 없이 칭찬하고 싶지만 남에게 그런 말을 듣기엔 양심에 손을 얹고 그정도로 열심히 살지는 않아서 민망하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또 열심히 산다는 말을 들으면 부응하고 싶어서 열심히 살고 싶은데, 또 그렇게 사는 거는 싫다는 복합적인 마음입니다. 사춘기도 아니고 말이에요. But.. However... though... 진짜.. 제 마음은 뭘까요?
아무래도 뻘 생각을 하는 것도 시간이 많아서겠죠. 그나저나 이걸 쓰면서 원래 오늘 마무리 하려고 했던 작업이 떠올랐습니다. 월간 계획과 주간 계획 정리하는 거였는데 하고 자야겠습니다. 기억을 외주줘서 이젠 기록하지 않으면 이번 주엔 뭘 해야 할지, 이번 달엔 뭘 해야 할지 다 까먹습니다.
아, 그래도 자랑할 거 있습니다. 생각보다 시험을 잘 봤습니다. 여기서 생각보다 라는 것은 0점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것보단 잘 봤다는 말입니다 ^.^ 편차가 적어서 기말고사랑 남은 과제들을 열심히 하면 상위권 진입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또 슬퍼하는 행위는 언제 그만 둘 수 있을까요.
그래도 사소한 것에 기뻐하는 것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는 할머니가 되고 싶네요... 그런 할머니가 되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운동을 가야하고, 또 좋아하는 옷을 구비하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하니까 지금 일도 열심히 해야겠네요.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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