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022년에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지난 5월 30일에 16명의 독자분과 함께 첫 편지를 시작했는데 벌써 150편에 달하는 편지를 보냈네요.
처음에는 일기에 불과한 글을 과연 누군가 읽어줄까? 궁금했는데 어느새 독자분들도 차츰 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보내는데 보내자마자 바로 읽어주시는 분들도 꽤 계셔요.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일주일만 쉬다 오려고 해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먼저, 다음주는 기념일이 너무 많아서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연말에, 연초까지. 의미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상 다음주에 보내는 글은 5편 내내 기념일에 관한 글일 것 같더라고요. 또 솔직히 말하자면 세이브가 모두 떨어졌습니다. 매일매일 쓰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글들이 몇 편 있었습니다. 잠깐 쉬면서 급하지 않게 글을 써봐야겠다 싶었습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는 올해까지만 해보자, 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내년도 계획을 세울 때 조잘조잘을 세 번째로 적었네요. 변덕스런 사람이기는 하지만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한번 시작한 일을 오래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소소한 취미가 된 것은 물론 글을 매일 쓰는 게 습관된 것도 좋습니다.
평소였으면 짧게 생각만 하고 지나쳤을 것들을 붙잡고 정리하는 것도 이점입니다. 스스로와의 약속도 더 잘 지킬 수 있는데요. 예컨대 사람 미워하지 말자고 썼으면 불현듯 누군가 미워질 때, 자정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써서 세상에 공표했는데 못 지키면 좀 부끄러우니까요.
소수의 지인과 가족에게 제가 뉴스레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는데요. 그 덕분에 거짓없이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성인군자인 척을 하거나 제가 하버드를 졸업하고 국제 변호사를 활동하고 있다는 설정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니까요. 허영없이 있는 생각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먼 미래의 제가 다시 봐도 이 시기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가끔은 너무 착한 척 글을 쓰나 싶기도 한데 적어도 글을 쓸 때는 굉장히 차분해지기 때문에...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일지는 몰라도요.
이렇게 계속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걸로 뭘 하고 싶냐는 질문도 종종 듣습니다. 일단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렇게 되는 순간 누군가의 니즈를 파악하고 맞춰야 하는데 조잘조잘은 순도 99% 제가 하고 싶은 말, 느낀 마음을 혼자만 담기 싫어 알리는 글입니다. 일기장에 쓰이고 말았을 글을 읽어주시는 것에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하죠. 구독자님 덕에 그래도 '내 글이 누군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이구나'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올라간답니다 히히.
그래도 욕심 부려보자면 이렇게 읽어주는 사람들은 어떻게 조잘조잘을 구독하시게 됐는지, 어떤 글이 좋았는지, 읽고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가끔 듣고 싶기는 해요.
올해 마지막 글이라서 그런지 말이 점점 길어지네요. 계속 하다가는 5일치 글을 한 편에 모두 몰아 넣겠어요. 저는 다음주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그간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도 하나 달성하고, 지독하고 무력했던 한 해를 완전히 보내주고 올 예정입니다. 재미있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잘 기록해뒀다가 내년에 천천히 하나씩 풀어낼게요.
구독자님, 올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조금 이른 인사지만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굿바이 2022,
즐거운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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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개인적으로는 올해 연말이 과하게 여유가 있어 의아해 하는 중입니다. 연말연시엔 늘 분주했던 기억이 더 많은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서 좋기도 합니다. 일주일, 잘 보내고 오세요! ^_^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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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농부
매일 아침 편안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글에 항상 즐겁게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좋은글 부탁하며 연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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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
벌써 150편이라니 믓쪄요! 아침에 딱 와있으면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당ㅎㅎ 원래 남의 일기 보는 게 재밌자나(?) 암튼 올해 고생 많아따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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