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자취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올해로 자취 7년차입니다. 7년차라 함은 이제 어떠한 로망과 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 자취할 때에는 각종 로망들이 있었습니다. 홈씨어터와 스피커를 구비하고 싶기도 했고 책장에다 좋아하는 책들로만 채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요리라거나 등등의 로망이 있었는데요. 몇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짐이 늘어봐야 고생의 강도만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세 번째 이사를 오롯이 혼자 진행하면서 확신했습니다. 더는.. 짐을 늘리지 말자.
언젠가 자가가 생겨서 5년 이상 이사를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면 또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생활을 하다 보면 물건들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한번 날잡고 필요없는 것들을 싹다 버려도 말이죠. 평소에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왜 그렇게 서랍 속에 많이도 넣어놨는지 의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언젠가 쓸 것만 같아서 남겨둡니다. 거즌 새 거라서 아깝기도 하고요.
하지만 올해는 웬만하면 다 버리려고 합니다. 중고거래도 적극 이용할 겁니다. 짐이 늘어날수록 집에 대한 미련도 늘어납니다. 평생 살 게 아니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갑자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집에만 있어야 하면 지금처럼 사는 게 훨씬 생존에 유리할텐데..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가도 또 만약 전쟁이라도 나서 당장 도망가야 한다면 지금처럼 미련 뚝뚝 떨어지는 집은 아까워서 자꾸 뒤돌아볼 것도 같고요.
별안간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주말 동안 옷 정리 겸사겸사 집안 정리를 싹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피곤합니다. 방에 아무것도 없이 이불이랑 탁상 하나만 놓고 살면 이것저것 올렸다가 내렸다가 꺼냈다가 덮었다가 할 것 없이 청소와 정리도 쉬울텐데 말이죠. 하다못해 스티브 잡스처럼 옷이라도 단벌로 입고 다니면 굳이굳이 매 계절마다 옷을 다 꺼냈다가 다 넣었다가 하지 않아도 될텐데요. 결국은 귀찮음과 게으름이 문제입니다.
왜 인류를 달에 보내는 기술은 개발이 됐는데 버튼 하나로 봄여름가을겨울 옷장과 이불 정리를 끝내주는 기술은 아직 개발이 안된 걸까요?!
그래도 미루고 미뤘던 일을 드디어 다 끝내서 마음은 상쾌합니다. 그간 안 입으면서 언젠가 입을 것 같다는 이유로 남겨둔 옷들도 모두모두 정리했습니다. 추억을 핑계로 놔두었던 것들도 싹다 정리했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서랍 곳곳에 있는 버릴 것들을 꼭 모두 처분하고야 말겠습니다. 훌훌 버리고 산뜻해진 이 기분처럼 이번주도 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