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몇살이세요?"
구독자님께는 이 말이 어떻게 다가오시나요. 제게는 늘 나이가 어리다는 가정하에 몇살인지 묻냐는 말이었습니다. 어느 집단에 가도 대부분은 가장 어린 축에 속했는데요. 별 무게감 없이 이 말을 받아들이던 저는 어제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나이 28살이라는 답변 뒤에, 그렇게 어른이 되면 자신의 취향이 명확해지냐는 질문이 잇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른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겁니다. 물론 어른이 된 지는 꽤 됐습니다. 거즌 10년이 지났죠. 그런데 스스로를 매번 어린 취급하며, 아직 어린 나에게 세상이 너무 모질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며 사는 저도 누군가의 눈엔 어른으로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든 겁니다.
너무 나이 들어보일까, 고민했던 것도 찰나. 한동안은 성숙해보이고 싶어 애썼던 기억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젠 전격 철회입니다. 어른스럽다,는 말이 스스로 납득 가능하면 모르겠는데 아직은 너무 철없고 유치한 저를 알기에 그 말에 더 화들짝 놀랐을까요. 그러면서도 때에 맞게 잘 나이 들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네요.
그나저나 오랜만의 독서모임과 오랜만의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가졌습니다. 되고 싶은 모습이라거나 꿈이라거나 업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구잡이로 꺼내는 제 이야기 속에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은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왜 새로운 일을 꿈꾸게 됐냐는 질문에요.
저는 여러 이유 가운데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꺼낸 이야기에서 전문가라는 단어는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오롯하게 좋아할 수 없었고, 남의 돈을 버는 게 곧 일이라면 나 이외의 사람, 환경, 그 무엇이든 더 이롭게 만드는 걸 하고 싶었다고 말했죠. 어쩌면 한참 전에 제가 생각하던 꿈의 가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지갑에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자는 카드를 써서 넣고 다녔거든요. 매일에 급급해서 잊고 살았지만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말할 때 흘러 나오는 걸 보면 가장 깊이 박혀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기대치라거나 가정에서 벗어나 오롯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주기적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 게 참 좋을 듯하네요.
또 요즘 계속 고민하는 업의 의미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얘기는 다음에 할래용. 글이 넘 길어지니까요^.^ 아무튼 설입니다! 아직 시작 못한 신년 목표가 있다면 설 잘 쇠고 난 다음부터 슬슬 시동 걸어보시고, 이미 하고 계시다면.. 응원합니닷. 스스로에게 외는 염불이기도 합니다^^;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차주 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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