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아주 오랜만에 개운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마음의 부채 없이 보내는 참으로 맑은 날입니다. 이게 얼마만인지요? 우선 일주일은 마음에 한 줌의 짐도 없이 오롯하게 평화롭길 기대합니다.
지난주에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부잣집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다고요. 중학교 때, 과외 선생님께서 굉장히 부자셨는데 반려견에게 자주 한우를 구워주시곤 한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그 선생님네 반려견으로 태어나고 싶은 걸까요.
이런 두서없는 희망사항에 친구가 고양이는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단번에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진 않다는 답을 돌려줬습니다. 이유도 술술 나왔습니다. 강아지로 태어나면 산책도 나갈 수 있고, 나갈 때마다 다른 강아지 친구들이랑 만나 놀 수도 있는데 고양이는 그게 안 되지 않느냐.
친구가 듣더니 그야말로 엔프피 그 자체라고 하더라고요. 한동안 잃어버린 자아를 다시 찾은 걸까요. 하지만 부잣집 반려견으로 태어난다는 확신이 없다면, 그냥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아직 사람으로서 산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희노애락을 느끼고 온갖 경험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좋을 듯해요.
그나저나 블로그가 8년 전 오늘(6월 20일) 쓴 글을 보여줬습니다. 내용을 보고 20살의 제가 기특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몇 가지 반박하고 싶은 구간도 있었는데요.
놀아 보니 별 거 없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더 다채롭게 놀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요. 다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기회를 얻었다는 것도 틀렸습니다. 이번 학기, 공부하기 싫다고 말한 것들을 오롯이 글로 썼다면 팔만대장경을 채웠습니다. 그럼에도, 다가올 남은 시간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바란 건 현명했습니다. 그 소망 덕분인지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냈으니까요.
지금 쓴 이 글도 8년 후에 보면 또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때의 저도 흔쾌히, 지금의 부름에 응답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남은 시간들이 또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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