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심오하게 적었지만 별 거 아닌 얘기입니다. 구독자님은 싫어하는 음식이 있나요. 전 웬만한 징그러운 음식도 잘 먹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꺼리는 음식이 있다면 오이입니다🥒 대체 왜 이모지까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어릴 때부터 김밥을 먹기 전에 오이부터 빼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밥에 배인 오이 냄새가 진짜 끔찍했습니다. 특히 호일에 싸인 김밥이 그 분야 갑입니다. 호일에 배긴 오이에 절여진 참기름 밥의 냄새 ... 편식을 고쳐보겠다고 엄마가 오이를 잘게 썰어서 거의 오이인지 모를 만큼 다져서 볶음밥처럼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구독자님도 오이 헤이터라면 아시겠지만 우리 오싫모들은 오이의 향을 싫어하는 겁니다. 오이 비누나 오이 팩도 모두모두 싫어하거든요. 아주 작은 오이 조각의 냄새도 캐치할 수 있어서 그런 수는 통하지 않았죠.
그렇게 평생 오이를 입에 대는 일이라곤 없을 줄 알고 살아왔는데 제가 오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의도는 전혀 없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어른들이랑 밥을 먹으러 가서까지 오이를 빼기는 뭐하더라고요. 인턴 시절이나 지금보다 좀더 어릴 때에는 그래도 진짜 너무너무 싫어서 냉면이나 등등을 먹을 때는 오이를 옆에 빼놓고 먹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저 역시 마냥 사회초년생이라기엔 머쓱한 연차가 되면서 웬만하면 먹게 되더라고요. 물론 찾아 먹지는 않습니다. 안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까지 먹지 않습니다. 다만 냉면에서 굳이 오이를 빼서 버리는 모션을 취한다거나 눈에 띄게 오이가 든 음식을 먹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죠. 특히 김밥에 오이가 들어 있어도 군말없이 맛있게 먹습니다. 대박이죠.
싫은 것을 참는 법을 익힐 때에 어른이 되는 거라면, 싫은 것도 좋아하는 척을 할 수 있을 때에야 사회인이 되는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오이를 잘 먹는 척은 못할 것 같은데 말이죠. 싫은 걸 마음껏 싫어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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