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폭죽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실 지속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회성 이벤트나 금방 사라지는 것들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고 외치지도 않습니다. 다만 개중 선호한다면 사라질 것들보다는 기왕이면 더 오래 있어줄 것들에 한 표 던진다는 거죠.
그래서 무도가요제에서 나온 노래 '사라질 것들'도 참 좋아합니다. 아주 담담해서 듣고 있자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저는 여태 무도가요제에 나온 노래들 중에 이 노래가 제일 좋더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덤덤하게 말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밤바다에서 바라보는 폭죽 만큼은 참 좋습니다. 경계가 어딘지도 모를 새까만 바다와 하늘 어드메로 사라지는 불꽃 한 줌을 보고 있는 게 왜 이리 마음이 좋은지요. 점멸하며 사라지는 반짝임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공허해지는 한편 그 마지막 반짝거림이 또 보고 싶어집니다. 끝난 줄 알고 잠시 시선을 떼려 할 때면 곧바로 마지막의 마지막을 쥐어 짜내서 펑 터지고 마는 그 모양새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그토록 아름답다 느껴집니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제가 또 폭죽을 사서 직접 하는 건 싫습니다. 일단 튈까봐 무섭기도 하고요. 앞서 말했다시피 무용하게 느껴져서 굳이 돈을 쓰고 싶지도 않고, 솔직히 현실적으로 폭죽 터지고 나면 화학물질도 많이 나오고 자연을 해치는 것 같아서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법인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규탄할 생각도 없으니 그냥...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바라보는 게 참 좋을 때가 많습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요.
고요한 밤바다도 그 나름 좋습니다. 그렇지만 폭죽을 굳이 사서, 밤바다에서 굳이 낭만을 즐기려는 누군가들의 마음도 기껍고, 제가 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덕분에 즐기는 찰나의 빛도 아름답기는 합니다. 부가적인 어쩌구들은 잠시 잊게 할 만큼이요. 쓰고 보니 결국 책임 없는 쾌락이어서 좋다는 참 이기적인 문장 하나로 요약되나요?
아무튼 사라질 것들에 미련을 갖지 않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사라질 무언가라도 그 찰나의 빛은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오늘이 되길..! 저는 1분 뒤 퇴근입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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