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동시에 가장 익히기 어려운 덕목입니다. 제게 있어 겸손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대로 있되, 남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었죠. '잘하는 것'이 디폴트값이라고 생각해 와서 더욱 그랬습니다.
요즘은 겸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잘한다고 여긴 분야 외의 것들을 배우는 것도 그것의 일환이죠. 내가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못한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것. 대신 거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 노력 여부에 따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죠.
이는 제가 잘하는 분야에서도 통용됩니다. 누군가가 당장은 나보다 실력이 떨어져 보여서 은연중에 우월감을 갖더라도 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것이죠.
올해 초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려 많이 노력한 결과, 요즘 겸손까진 아니라도 은연중에 새겨져 있던 우월감은 많이 죽였습니다. 여전히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항상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며, 아등바등 살기 보다는 그냥 하루를 충만하게 살려고 합니다. 100년 뒤엔 너, 나, 우리 모두 흙이 될 것이니 누가 더 잘났고 못났고를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참 말은 쉽지만 그럼에도 종종 남과 나를 비교하고 우월감도 느끼고 열등감도 느끼고 오락가락합니다. 그 강도와 빈도를 줄여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고된 날들은 잘 놓아주고, 즐거웠던 날들은 오래 기억하며 이번 달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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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헤로
우리나라는 유난히 겸손을 엄청난 미덕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이죠. "와, 너 오늘 멋지다" / "에이.. 아니야 멋지긴..뭘..(헤헤) 그 반면 서양 친구들은 보통 "WOW, YOU LOOK SO COOL" / "THANK YOU, YOU 2"라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가 아는 글쓴이님도 칭찬을 들으면 "어? 고마워^.~"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걸로 기억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괴롭다면 굳이 겸손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감은 우리의 힘!
조잘조잘
따뜻한 댓글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네요, 여행자님 ^.~ 맞아요. 자신감이 경쟁력인 사회에서 굳이 죽일 필요는 없죠! 다만 가끔 지나친 자신감이 우월감으로 잘못 발현될 때가 있어서 그것은 좀 줄여보려고 합니다. 못한다고 해서 기죽지도, 잘한다고 해서 젠체하지도 않고 잘하면 잘하는구나, 못하면 못하는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도록 노력해 보려고요. 그 과정에서 셀프 가스라이팅으로 자신감을 없애지는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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