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전 어릴 때는 스토 부인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작가님이신데 그 책을 인상깊게 읽은 것은 물론, 스토 부인 위인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책을 통해 노예 제도의 실태를 폭로했고, 미국 남북 전쟁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기꺼이 자신이 아닌 타인의 권리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것이 대단했고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었죠.
성인이 되고 전 그럴 깜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실천으로 옮길만큼의 의지력이 부족하더군요. 이제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적어도 내 앞마당은 깨끗이 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이웃집 앞의 거리, 우리 마을의 거리까지 조금은 넓혀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죠.
그래서 요즘은 스토 부인이 롤모델이라고 말하고 다니진 않습니다. 존경하는 이로 꼽긴 하지만 감히 따라할 자신은 없어서요.
그런데 참 닮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또 생겼습니다. 영화감독 장항준님이신데요.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내린 꿀팔자, 윤종신이 임보하고 김은희가 입양했다.. 등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습니다. 장 감독님을 닮고픈 이유는 그의 인복때문이라거나 어릴 때부터 점지 받았다던 꿀팔자 때문은 아닙니다.
여러 매체 속 보이는 감독님은 참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서 참 좋더라고요. 누군가의 호의에 감사할 줄 알고, 누군가의 성공을 축하할 줄 아는 사람. 호의를 호의로 받지 못하고 자격지심에 휩싸인다거나, 남의 성공을 시기질투하지 않습니다.
시기질투한다고 해도 그 마음을 솔직히 인정해요. 아닌척 숨기지 않고요.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풀어낸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에 이물이 없다는 게 퍽 부럽고 닮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때는 남의 불행에 슬퍼하고, 남의 기쁨에 기뻐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닐 때가 문제이죠. 장 감독님은 (남들이 보기에) 힘든 시절에도 늘 한결같으시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은 이유에는 이제 저의 이기심이 조금 들어가는데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모든 파도를 맞받아치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구나 하는 마음이요. 좋은 건 좋게, 나쁜 건 나쁘게.
몇번 말씀드렸지만, 매번 노력은 하지만 아직은 '노력'해야만 가질 수 있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노력이 습관으로 자리 잡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되겠죠?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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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닯고 싶은 사람을 잠깐 생각해 봤는데 딱 떠오르는 인물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님의 글이 떠오릅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작은 무엇이라도 배우겠다는 생각,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습니다. 누군가 나를 닯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도 만들고 싶습니다! :-)
조잘조잘
인생도처유상수 사실 저는 처음 알게 된 글인데 마음에 와닿네요. 아이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누군가 나를 닮고 싶다 생각하는 한 가지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 못해봤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게 살아야겠다 싶네요. 오늘도 하나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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