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소설을 많이 안 읽는데 한때는 소설 읽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었고, 그때는 오발탄 같이 근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리얼리즘 소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오컬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판타지 역시 좋아했습니다. 9n년대 생이라면 다들 가슴속에 해리포터 한 권쯤은 품었잖아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로 입문해서 지금의 최애 미스터리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인데요. 모방범 시리즈로 시작해서 화차, 낙원 등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방범으로 입문한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초장부터 이 작가의 진수로 입문해서인지 그 뒤의 책들은 사실 임팩트가 약하긴 했거든요.
저는 토마스 해리스, 넬레 노이하우스처럼 서양의 범죄 스릴러 작가의 작품들도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식 추리 소설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회적 배경이 한국과 좀더 유사해서 몰입이 잘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범죄 스릴러 작품은 깔끔한 마무리보다는 어딘가 찝찝함이 남는 마무리를 더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죠.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추리 소설 가운데는 현실적인 사회 문제에서 출발한 작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증발이라거나 돈이라거나 하는 지극히 누구나 한번쯤은 괴로워하거나 고민해봤을 문제들에 대해서요.
이 과정에서 추리 자체보다도 피해자, 나아가 가해자의 심리를 서술하는 방식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그 서술을 따라간다고 해서 가해자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포장하려 애써봐도 가려지지 않는 탐욕과 이기심에 더 눈살을 찌푸리게 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평소에 생각이 닿지 않는, 대개의 일반인이라면 사고할 수 없을 범주의 이야기를 보는 게 흥미롭습니다. 거칠게 말해 대체 왜 저렇게 살까, 라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조금 엿보는 기분입니다. 가해자에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 서술 방식도 좋습니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었으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식이 아니라 해당 상황이 트리거일 수는 있지만 결국은 뒤틀린 사고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하긴 극한의 상황에 직접 내몰리지 않고 상상만으로 '나는 절대 안 그랬을 거야'라고 말하는 게 더 비현실적이려나요.
아무튼 쓰다보니 다시 소설책이 읽고 싶네요. 마침 사놓고 안 읽은 추리소설 두 권이 있습니다. 주말 동안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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