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자신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좋지 않은 면을 굳이 인지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실은 괴롭다기보다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무수한 변명거리를 만들 수 있거든요. 자라온 성장 과정이나 주위 환경이나 혹은 지금의 상황 등등 단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냐가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냐입니다. 사실 단점이라고 해서 꼭 바꾸거나 극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들에게 배척당할 만큼 결정적인 결점이거나 폐를 끼치는 게 아니라면요. 또 누군가에겐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장점이거나 갖고 싶은 특징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단점이 뭔지 아는 건 중요합니다. 일단을 알아야지 고칠지 말지를 정할 수도 있고, 다른 장점으로 상쇄 가능한지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어떻게 써먹을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또 단점을 보다보면 장점도 보이거든요😉
저의 무수한(!) 나쁜 버릇 중 하나는 남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지 않는 것인데요. 엄밀히 따지면 진실된 답은 숨겨놓고 가볍게 농담처럼 답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꿈이 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거죠.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으면 사막에서 황제펭귄이랑 썰매타기라며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영 거짓말은 아니지만 딱히 간절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이유가 거창하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가깝기 때문에 굳이 내가 진심으로 답하지 않아도 알겠거니 하는 오만이고, 먼 사람이면 멀기 때문에 내가 말해봤자 기억이나 할까 싶은 불신입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가 한 말 몇 마디만으로 저를 다 아는 것마냥 지레 판단하는 게 싫은 것도 까닭입니다. 차라리 대충 말해버리면 맘대로 생각하든 말든 상관 없으니 그냥 그렇게 말하는 거죠.
물론 사뭇 진지한 분위기에서라면 저도 성실히 답하려 하지만요🥴
여기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가 이같은 태도가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대는 진심으로 대화해보려고 말을 꺼냈는데 턱하니 너랑은 깊은 얘기를 하기 싫다는 식으로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죠.
어쩐지 삐뚤어진 속마음으로는 '그럼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역지사지로 내가 대화를 나누고픈 누군가가 내게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서운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으니까 너무 거짓부렁으로 답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말만 이렇게 하고 안 고칠 거 같긴 해요. 단점이 곧 장점일 수도 있다고, 이런 마음 속에서 그리는 이상에 대해선 잘 얘기 안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별로 안 숨기거든요. 물질세계에서 내가 행하는 것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어찌됐든 한 다리 건너면 다 알게 될 거란 생각에... 지금 무얼 하는지, 요즘 뭘 준비하는지, 뭐하고 사는지에 대해선 아낌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숨기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사실 숨길 필요가 굳이 있나라는 생각이 더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요상합니다. 보통은 후자를 더 숨기려고들 하는데 왜 '그냥' 하는 이야기들엔 답을 안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더라고요. 아마 그냥, 하는 이야기들이 제게 있어선 더 중요한 부분이라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취향이라거나 꿈이라거나 이상이라거나 등등이요.
구독자님, 보세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개선할 부분을 지적 받아도 쉽사리 움직이지 않습니다. 살면서 굳어진 생각을 바꾸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남이 아니라 스스로가 문제점을 느껴야만 고칠 여지라도 있는 거겠죠.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구독자님이 알고 계신 구독자님의 나쁜 버릇은 무엇인가요? 꼭... 고쳐야만 하는 버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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