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편지함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뉴스레터의 소재를 전해주는 구독자분들이 계십니다. 그중에는 '곧 써야지' 생각했던 것도 있어서 놀라기도 하고, 전혀 생각못했던 소재도 있어 재밌기도 합니다.
며칠전에는 '흑역사'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흑역사라... 한 둘이 아닌 만큼, 또 그 중 제 인권을 지키면서도 공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당시엔 흑역사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마냥 흑역사라고 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흑역사의 보편적인 뜻은 잊고 싶은 과거,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야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 당시에 생각해보면 최선이었던 일이 태반입니다. 차라리 지금보다 어린 시절 저질렀에 현재에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오히려 흑역사라기보다는 고마운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말은 이렇게 덤덤하게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제발!) 새벽에 '잘 지내?' 문자를 보낸 적도 있고요, 불과 1년 전 대낮에 강남역을 걸으면서 마스크 안으로 눈물을 퐁퐁 흘리기도 했네요. 또 뭐가 있을까요. 아, 한때 신현희와 김루트의 노래 '오빠야'에 꽂혀서 알람 설정해놨다가 전공수업 쉬는 시간에 대차게 울려서 홍당무가 된 적도 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들은 적 없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사진도 흑역사 아닌 흑역사입니다. 아직까지도 고향가면 제 졸업사진을 꼭 보고 온다는 동창들도 있는데요. 당시 고3 스트레스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머리에 꼬깔모자를 쓰고 한 손엔 풍선을 들고 한 손엔 총을 들고 제 머리를 쏘는 사진입니다🥳 은은하게 광기어린 미소도 함께였죠.
사실 저는 지금도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고 '시궁창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이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인 의미를 담은 희대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만은 남들은 흑역사라고 보는 것 같더라고요^__^
쓰다 보니 흑역사가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을 수 없는 거였네요. 포장해보려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현재 덜 흑역사 만드는 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이렇게 흑역사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 놓은 게 몇달 뒤 제게 흑역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너무 부끄러워하지는 않을래요. 그땐 몰랐고 지금은 아는 것들이기에 현재의 제가 있으니까요. 구독자님도 지금 머리에 번뜩 스치는 흑역사가 있으신가요? 자기 전 이불을 뻥뻥 차고 싶어도.. 참기로 해요.. 인간은 그렇게 성장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흑역사 만들지 않는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저도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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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헤로
잘 지내..?
조잘조잘
나는... 잘 못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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