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어릴 때는 이상형을 그릴 때, '이것'만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항상 난초 같은 내면에 두부 같은 외면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외치고 다녔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스무 살이기에 가능했던 발언이었네요..^^
그 외에도 학벌도 이왕이면 다홍치마고, 영화를 보는 감성도 비슷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해야 하고, 적당히 쑥스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고, 웃을 때 귀여우면 좋겠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면 좋겠다는 꽤나 구체적이고 이상적인 이상형의 조건들이 있었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주변 많은 친구들이 이제는 꼭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이것만' 없어도 된다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점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내가 견딜 수 없는 것만 없으면 된다는 이유에서죠.
예전엔 무쌍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쌍꺼풀의 유무는 상관이 없어졌고, 큰 손이 좋았었는데 두 손 잘 쓰기만 하면 됐지 무슨 상관이려나 싶더라고요.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걸 꼽자면 '3허'입니다. 허풍, 허영, 허무주의 세 개는 진짜,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합니다. 귀여운 잘난 척 수준이 아니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떠벌리고,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면 발끈하는 게 정말 싫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황금만능주의를 혐오하고 정신적인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특히 금전적인 허영도 싫고요. 허무주의에 빠져 타인의 가치관도 결국 사그라들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태도도 싫어합니다.
물론 이것 외에도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아마 보편적으로 다들 싫어하는 거라곤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건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이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말 하는 거 아냐?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더 좋아하지 않는 취향을 전하고 싶다만 괜히 공개적인 자리에 그런 내용을 적는 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말을 아낍니다. 아무리 개인 취향이고, 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저는 '혹시나'병에 걸린 사람이기에 혹시나 0.1만큼의 상처도 주고 싶지가 않네요.
말은 이렇게 착하게 해놓고서 실은 호불호가 아주 강한 인간이기에 마음속으로는 리스트가 1부터 100까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구독자님의 '이것'만은 안 되는 것에는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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