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2022.08.05 | 조회 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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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매일 아침, 당신 곁의 이야기

2020년도의 제가 가장 사랑한 문장입니다. 시집의 제목인데 한동안 이 시집을 카톡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놓기도 했습니다.

얼마전 휴대폰 메모장을 확인하다가 2019년부터 제가 써온 메모들을 읽었습니다. 그중에선 이 시집을 읽고 간략히 써놓은 감상도 있더라고요. 2020년 6월 14일 기록해둔 글입니다. 오늘은 그 글을 전하려 합니다.

2년전과 지금의 감성은 꽤 달라졌습니다. 글도 다시 보니 서툴기 짝이 없고요. 그래도 여전히 공감은 가네요. 구독자님도 기회가 되신다면 그 시집도 읽어보시길 바라요.


2020년 6월 14일

오랜만에 읽은 시는 여전히 다정했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말 하나 없이, 나의 상처를 드러내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도 하나 없이 담담한 마음들의 일괄이다.

책 첫머리에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 극소량의 폭력성도 함유하고 있지 않은 언어의 상태에 도달하여, 그로써 세계의 폭력성을 드러내려고 한다. 몇 번이나 돌아보고 곱씹었다. 오래 전 그 비슷한 것을 꿈꿨던 나는 어드메쯤에서 부딪히고 꺾여졌을까. 닳아졌을까.

제목이 정말 좋았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라니.. 보자마자 곧바로 손이 갔다. 오랫동안 가장 좋아한 문구는 송몽규 시인의 <밤> 중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였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문구지만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도 함께 하고 싶은 문장이 됐다.

더 많은 말들로 감상을 담기보다는 좋았던 구절들로만 채우고 싶다.

젖은 것들은 도대체 언제 죽나 생각한다

(김민경, 오늘의 맛)

스스로 나세운 위악이 슬픔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볼품없다

(김해준, 흑과 백)

나는 다정함을 벌칙으로 살고 있다

(서윤후, 그대로 두면 그대로 되지 않는)

나의 초라한 발견이 평범한 사람을 울리기 쉬운 새벽이 되면 틈틈이 편지를 썼어요

(오병량, 편지의 공원)

각자의 언어로 번역되는 가을

(이수정,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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