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비밀이 있으신가요? 분명 있으실 겁니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비밀이 없더라도 누군가 물었을 때, 섣불리 답하지 못하는 혹은 영영 답하지 않을 질문들이 있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밀에는 필연적으로 거짓말도 따릅니다. 아니라며 은폐하는 것 역시 거짓말이죠. 비밀의 영역은 다양합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겠고, 과거에 행헸던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한때 품었던 마음일 수도 있고 앞으로 행하고자 계획하는 것일 수도 있죠. 사소하게는 취미가 비밀일 수도 있습니다.
비밀이 비밀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남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아서죠. 들켰을 때, 사회적 비판이 두렵기도 하고 이해받지 못할 것이 뻔해서 숨기고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소한 저는 비밀을 말하지 못해 안달입니다. 아무에게나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거 비밀인데'라는 말과 함께 속마음을 슬쩍 꺼내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100만큼 까만 마음이라면 70 정도로 희석해서 말하죠. 심지어는 1을 말해놓고 엄청난 비밀을 말한 것 마냥 굴 때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해봤자 1짜리의 비밀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요. 이 마음도 비밀이려나요?
그런데 정말 100% 온전한 비밀은 없습니다. 마치 농담인 것처럼 은근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대체 왤까요? 숨기려면 제대로 숨겨야지, 왜 말하고 싶은 걸까요.
농담삼아 몇몇 친구들과 우리는 우정 아니면 죽음뿐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정이 깨지고 나면, 넌 알고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그러니 평생 우정을 지키자는 달콤살벌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절절하다면 왜 대체 비밀을 말한 걸까요? 아예 말하지 않았다면 그런 걱정을 할 이유도 없을 텐데요.
저의 경우에는, 우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것이 한몫합니다. 혼자 품고 있기에는 답답해서 어디든 털어놓고 싶은 것이죠. 그렇게 털어내고 나면 그 고민의 무게가 조금 덜어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공감을 얻고 싶어서입니다. 분명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너도 할 것만 같아서 슬쩍 먼저 패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해 받고 싶은 마음도 있나 봅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당신은 나를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아니면 정말 밖에서 보이듯이 맑고 투명하게만 살아가는 건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슬쩍 이런 이야기들을 떠보듯이 꺼내기도 하나 봅니다.
음침하고 밖에서 차마 말 못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과도 이런 얘기를 가끔 합니다. 우리만 이상한 걸까? 아마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주변에 이런 비밀스러운 마음을 터놓을 용기는 없어서 무난한 사람인 척 살아갑니다. 구독자님도 그러신가요?
이런 마음을 잘 녹여낸 노래도 있습니다. 과나의 나만 찌질한 인간인가봐, 인데요. 저는 참 재미있게 들었답니다. 구독자님께도 슬쩍 추천드려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