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모처럼 재미난 상상이 났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다음 날로 예약 발송을 하던 중 한번도 '연도' 탭을 건든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늘상 다음 날, 길어봤자 일주일 뒤에 보내던 편지를 일년 뒤에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일년 뒤의 구독자님께 보내는 것이죠.
요즘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린 우체통의 온라인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이 느린 우체통을 좋아합니다. 그래봤자 늘상 일년 뒤의 스스로에게 보내는 내용은 엇비슷합니다. 요즘의 나는 무얼하며 지내고 있고, 일년 뒤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고, 또 그때의 너가 어떻게 보내고 있든 나는 널 위해 남은 일년을 열심히 살 것이고 늘 응원한다 어쩌구 저쩌구. 이 패턴은 중고등학생 시절에 미래의 저에게 편지를 썼을 때부터 변한 적 없는 패턴입니다.
매번 똑같은 이 편지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는 지나온 일년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의 제가 보낸 편지를 읽음으로써 지난 시간 동안의 하루들을 떠올리게 되고,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뻔한 감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편지를 구독자님께도 보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2025년 3월 20일의 구독자님에게 보내는 20204년 3월 20일의 조잘조잘의 편지. 어떠세요. 재미있지 않겠나요. 벌써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그러니까 내년 이맘때까지 구독 취소를 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부탁입니다. (?)
아무렴 조만간 일년 뒤의 구독자님께 보내는 편지를 써봐야겠습니다. 100%의 확률로 저는 작년의 제가 언제 편지를 보낸지 잊고 같은 날 또 보낼 것 같으니, 이왕이면 1년 뒤 주말에 도착하는 날짜로 해서 보내봐야겠습니다. 사실 저도 기대가 됩니다. 잊고 살다가 우연히 마주하게 될 언젠가의 오늘이요. 그날이 올 때까지 다시 1년을 잘 살아가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늘상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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