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연차를 낸 저는 벌써부터 긴 연휴에 돌입했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어쩐지 연휴 동안에도 고향에서 인터뷰를 하나 하고, 못다한 일도 하나 처리해야 하지만... 하지만!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가볍습니다. 연휴가 긴 만큼 가족들과 여행도 이곳저곳 다니고 모처럼 푹 쉬다 올 예정입니다.
오늘 꺼내려는 이야기는 최근 가장 뿌듯했던 순간입니다. 구독자님은 기억 나시나요, 요근래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저는 아주 선명한데요. 불과 며칠전 하늘이 분홍빛으로 저물던 날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봤는데 정말, 말도 안 나올 만큼 아름답더라고요. 하늘은 진분홍빛이었고 구름은 군데군데 황금빛으로 번쩍였습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를 마주보고 오던 두 명의 사람이 사진을 찍는 저를 보더니 하늘을 흘깃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그 둘도 뒤돌아 멈춰서서 하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셋이 나란히 서서 하늘을 보고 있자 그 뒤에 오던 사람 한 명도 뒤돌아 보더니, 사진을 찍더군요.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 넷이서 나란히 서서 하늘을 한참을 봤습니다.
가장 오래 서 있었던 제가 먼저 발을 뗐습니다. 아마 제가 걸어오던 방향의 하늘은 그만큼 예쁘지 않았나 봅니다. 다들 그저 걷다가 뒤를 보고서야 멈춘 걸 보면요. 사소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을 한 사람이라도 더 봤다는 게, 또 그 자리의 모두가 사진으로 담을만큼 아름다웠다는 게 마음이 빠듯해지더라고요. 저 역시 누군가가 하늘을 보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무지개를 볼 수 있었죠.
낯선 사람이 두려운 요즘입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갑자기 뒤돌기만 해도 덜컥 겁을 먹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이가 전하는 의도치않은 다정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또 어디선가 누군가 덕분에 마음에 오래 남을 풍경을 보게 될지 모르니까요.
구독자님, 긴 연휴입니다. 연휴 동안 무탈하게, 기쁜 일로만 가득 채워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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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명절 잘 보내고 오세요! :-)
조잘조잘
마무리까지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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