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긴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저는 정말 빠짐없이 행복하게 보내고 왔습니다. 조금 일찍 시작한 연휴 동안에 가족들과도 긴 시간을 보내고, 함께 경상도 곳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하루는 날 잡고 낮잠도 느즈막히 자면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고 왔습니다.
그렇게 고향에 며칠만 있다 보면 원대한 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맙니다. 공기 좋고 물 맑은 데서 마냥 구름이 흐르는 대로 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어차피 한 백년 뒤에는 모두 흙으로 돌아갈 몸,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또 나름대로 재미나게 살아갈 방법은 많지 않냐는 생각도 듭니다. 홍익인간의 꿈을 꾸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맛있는 거 해먹고, 좋은 데 다니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 해도 세상 참 잘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늘상 자연의 삶을 동경합니다. 학생 시절 동양철학을 공부할 때에도 도가 철학을 가장 좋아했는데요. 무위의 삶을 간절히 바랐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숲속 나무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계곡 물이 졸졸 흐르는 것을 보다가 문득 이렇게만 살아도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저는 스스로를 알고 있습니다. 막상 그렇게 살으라고 자연 한 가운데 던져 놓으면 일주일 겨우 살고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을 모습을요
제게 있어 무언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제가 영영 갖지 못할 일을 꿈꾸는 것과도 같습니다. 감히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들은 동경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손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들은 동경이 아니라 갈망의 범주에 있죠.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가질 수 있지만 차마 택하지 않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는 것이죠.
무수한 과거를 쌓아 올려 만든 지금의 내가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 속에 살아갈 미래를 동경합니다. 노력하면 가질 수야 있겠지만 끝끝내 스스로의 욕심으로 인해 다른 길을 택했을 때 오는 미련 정도가 제게 있어 동경의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동경심을 느낄 때는 절망감도 느끼곤 합니다. 차마 갖지 못할 것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은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길을 틀거나 다시 되돌아갈 용기도 없는 모순 속에서 결국 미련만 가득 안고 앞으로 나아가겠죠.
이같은 마음을 느낀 건, 연휴 중 하루였습니다. 그날은 정말 빠짐없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서 늦은 저녁까지 산과 들을 쏘다니며 눈에 좋은 것들만 가득 담아왔죠. 이동 시간마저도 즐거운 대화만이 가득했습니다.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남은 하반기, 그리고 앞으로 최소한 n년 이상은 이같은 여유를 가질 날은 많지 않겠다는 생각에 서글퍼졌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무언가를 결단했다면 그만큼의 이유와 각오가 있겠지요. 무위 속에서 오는 여유는 없을 지라도 부단한 노력 가운데서 또 찾는 무언가가 있겠지요. 그렇게 믿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도 지금 여유가 조금 있으니 하는 것이겠죠. 정말 바쁠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으니까요, 하하. 삶이란 그렇게 저렇게 굴러가는 것이겠죠.
이제는 꿈에서 깰 시간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10월, 그리고 남은 2023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 다시 열심히 달려봅시다, 구독자님!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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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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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과연 우리는 무엇을 동경하고 또 갈망하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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