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러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제게 감동 주기라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남들이 보면 '겨우?' 싶은 것에도 큰 감동을 받곤 하거든요. 어제 감동 받은 것 중 하나는 서울 사랑카드 신청하라고 친구들 몇 명이 알려준 것입니다. 갑자기 연락와서 알려주는 게 고맙더라고요.
아, 조잘조잘 편지함에서도 감동을 받았어요.
"흑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했으니 리즈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누군가 나의 흑역사뿐만 아니라 리즈를 궁금해해주다니! 충분히 감동받을 만한 일 아닌가요? 🤣
어릴 때부터 그래와서부모님은 때때로 걱정하시기도 했습니다. 뻑하면 감동을 받는 만큼 상처도 쉽게 받을까 봐서요.
영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 좋아' 인간인 저는 그만큼 사람의 도덕성이나 마음씨에 대한 기대치가 높습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굳이 남에게 상처줄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죠. 순진한 생각이었죠. 이제는 조금씩 무뎌지는 중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전 감동을 잘 받기보다는 그 마음을 잘 드러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실 누군가 나를 떠올려주고, 날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준다면 당연히 고맙고 감동받을 만한 일이잖아요. 그 감정에 딱히 필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바로 '고맙다, 감동이다, 최고다'는 말을 쉽게 전합니다.
고마운 건 고맙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감동이면 감동이다. 그렇게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말로만 전하고 감정을 크게 싣지는 않아서 '영혼없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진짜 진심이랍니다.
또 한편으로 감동을 잘 받는 이유는 오히려 평소에 무심하기 때문인 것도 같아요. 나였으면 안 했을 법한 말과 행동을 해주는 이들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자주 한다면 당연한 일이기에 감동받을 일도 아니겠죠. 스스로가 다정한 사람이 아니니 남들의 다정함에 쉽게 감명받는 것이죠.
생각해보니 감동을 잘 주는 친구들은 딱히 감동을 잘 받지 않더라고요. 일상이다 보니 특별함을 못느껴서일까요?
이번 글을 쓴 계기는 스스로가 감동을 잘 받는 모습을 보며 되게 여린가보다~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째 쓰다보니 그 반대인 걸로 결론이 났네요. 뭐가 됐든 타인의 다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않아도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질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때그때 감동을 충분히 표현하는 거겠지요.
구독자님은 어떤가요, 감동을 잘 받는 편인가요, 잘 주는 편인가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