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구독자님. 제게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아침이기도 한데요. 이번 휴가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의미는 혼자는 아닙니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혼자 보냈지만 가운데 날들은 친구들과 함께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타지에서 홀로 돌아 다녀본 적은 처음이라 나름의 의미가 깊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가방을 매고 낯선 땅을 돌아다니고 있자니 분명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여행이라도 다니는 여행객이 된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온전히 나를 아는 이 없는 곳을 종횡무진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안전감을 구독자님도 알고 계신가요? 관계에서 벗어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왔습니다.
그간 혼자 여행이 버킷리스트라고 말을 하면서도 혼자 여행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래도 사람과 함께 할 때에 더 행복한 스스로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여행'이라는 핑계가 없으면 만나기 힘든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쉼,을 가질 여유가 있는 날을 오롯이 혼자 보내는 것보다 함께 하고픈 이들과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몫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와보니 이 좋은 걸 진작에 왜 안 했나 싶습니다. 우선, 혼자만의 여유를 가지는 어른이 된듯한 뿌듯함도 있었고요(빼놓을 수 없는 좋은 고양감입니다), 모든 게 저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보니 최선의 선택들로만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밥을 먹고 싶으면 먹고, 말면 말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잠시 바닥에 주저앉고 싶으면 앉고,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좋더라고요. 나와의 여행이란 때때로, 혹은 자주 신경쓰지 않고 있던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어쩌면 이건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겠다 싶더라고요.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더라도 어디선가 봐둔 고즈넉한 카페에 다녀오는 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에요. 제가 여행지랍시고 온 곳이 누군가에겐 일상적인 장소라서 손잡은 노부부가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던 것처럼, 마음을 조금만 바꿔 먹으면 집 앞 익숙한 카페들에서도 여행지에서처럼 마음을 여유롭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조금' 바꿔 먹는 게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은요.
아직 심리적으로 마음을 고쳐먹긴 어려워서, 물리적으로라도 마음을 새로운 공간에 두게 해서 마음을 고쳐먹는 게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일듯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종종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서울 여행을 종종 다니는 게 올해의 목표기도 했는데, 하나도 못지켰네요! 내년에는 꼭 안 가본 동네와 골목길을 다녀보려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을 좀 줄이고, 주말이랍시고 늦잠 자는 버릇도 없애고... 이렇게 또 지키기 힘든 약속들이 늘어가네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나무야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시간>, 이 말이 참 좋아요. 가끔 혼자 캠핑을 가면 정말 그렇거든요! 그래서 가끔 도망치듯 혼자 캠핑장을 찾고는 합니다.
조잘조잘
우리는 너무 많은 주변의 소리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만큼 때때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믿어요..! 어쩌면 도망보다도 부러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계신 게 아닐지 싶기도 합니다 ㅎㅎ 참 필요하고 소중한 시간이에요.
의견을 남겨주세요